주금공, 비유럽 커버드본드 맹추격…韓 정치 불안 거뜬
6억유로 발행, 스프레드 격차 축소…벤치마크 기대
각국 혼란 속 한국물 입지 확인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유로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시장에서 비유럽 발행사와의 가산금리(스프레드) 격차를 좁히면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이번 발행에선 호주와 캐나다 등 비유럽 발행사와의 격차를 5bp까지 좁히면서 한국물(Korean Paper) 벤치마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의 정치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유럽 커버드본드 투자자들은 주택금융공사에 굳건한 신뢰를 내비쳤다.
◇비유럽과의 격차 축소…계엄 이전 수준 회복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전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6억유로 규모의 소셜 커버드본드 발행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이다.
주택금융공사는 북빌딩에서 최대 15억유로에 육박하는 주문을 확인했다. 유럽 장 개시 후 진행한 북빌딩에는 초반부터 강한 주문 공세가 이어지는 등 흥행세가 두드러졌다는 후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넉넉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스프레드를 유로화 미드 스와프(EUR MS)에 48bp를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가 55bp였다는 점에서 7bp를 끌어내린 것이다.
한국 유로화 커버드본드의 경우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유통금리가 10bp 이상 벌어지는 등 가격 측면의 부담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발행으로 계엄 사태 이전의 가격 수준을 회복했다. 앞서 차츰 유통금리가 축소된 데 이어 주택금융공사가 공정가치(fair value) 수준의 스프레드로 조달에 성공하면서 발행시장에서도 안정세를 드러낸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채권의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제로(0)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비유럽 발행사와의 스프레드 격차가 축소됐다는 점도 상징적인 대목이다. 이번 발행으로 주택금융공사는 비유럽 커버드본드 발행물과의 스프레드 차이를 5bp 수준까지 좁혔다.
주택금융공사는 그동안 캐나다와 호주, 싱가포르 등의 커버드본드 대비 10~15bp 높은 금리를 형성했다. 한국은 국가 신용등급이 이들보다 낮은 데다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가 한국의 정치 혼란에도 이전보다 더욱 강세를 보인 셈이다. 주택금융공사의 한국 커버드본드 벤치마크 역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정치 상황 우려 옅어…각국 불안도 영향
주택금융공사는 이번 조달에 앞서 지난주 유럽 시장을 찾아 로드쇼 등에 나섰다.
당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나오기도 했으나 대부분 상황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북빌딩에서 초우량 기관들의 주문이 이어지면서 견고한 투자 심리를 드러냈다.
한국 이외에도 정치 및 경제 부담이 커진 국가들이 상당한 터라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옅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리처드 케미시(Richard Kemmish) 유럽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컨설턴트는 "커버드본드의 주요 발행국인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럽 시장이 불안할 때 비유럽 채권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정적인 국가에서의 정치적 변동성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경제 성과와 채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데다, 커버드본드는 시장이 불안할 때도 회복력을 입증해 온 상품"이라고 짚었다.
유럽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도 흥행을 뒷받침했다. 시장 호조 속에서 연초부터 다수의 기관이 커버드본드 시장을 찾아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북빌딩 전일에도 유럽 발행사와 호주의 은행 등이 시장을 찾아 투자자 모집을 마쳤다.
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는 무디스 기준 최고 등급인 'Aaa' 등급을 받고 있다. 주택금융공사('Aa2') 등급 대비 2 노치(notch) 높은 수준이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와 HSBC, ING증권, 나티시스, 스탠다드차타드가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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