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뷰포인트] 일본발 탠트럼 경계령
(서울=연합인포맥스) 다시 일본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소비자 물가지수가 4%대로 급상승하며 금리인상 기대를 높이고 있어서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엔화 상승을 유발해 외환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작년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현실화되며 국제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던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둘러싼 일본 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당국으로선 물가 상승을 더는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달러-엔 환율이 몇 년간 이상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이 고착화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사상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 맥도널드 햄버거로 구매력을 평가하는 빅맥지수는 월기준 0.537로 우리나라보다도 구매력이 낮다. 물가는 오르는데 실질임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엔저를 틈타 해외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이 역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1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25bp 인상했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0.5%로 올라선 건 2008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장기간 지속된 제로금리에서 탈출해 금리가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선 앞으로 6개월마다 한 번씩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르면 7월, 늦어도 9월까지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행의 중립금리는 대략 1~2.5%로 추정되는데,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1.0%로 맞춰져 있다. 중립금리까지 오르려면 대략 2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일본 정책당국으로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몰라서다. 미국도 현재 인플레이션이 만만치 않아 기준금리를 쉽게 내릴 수는 없는 상태다. 이렇게 되면 일본으로선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지난해 금융시장을 혼란케 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또 벌어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연준에 금리인하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금리인하, 달러-엔의 환율 급등락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 등 일부 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나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장관은 "연준 이사회를 감사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엔화가 상승하면 통상 우리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있다. 아울러 엔화가 오를 경우 원화가치 상승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현재 달러-원 환율이 1,430원대인데,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달러-원 환율도 하향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환율이 정상화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도 전날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원화 약세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달러-엔이 내린다고 무작정 달러-원이 하락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주의할 것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를 비롯해 주요 국가들 사이에 금리 변화로 인해 국제 자금의 이동이 빈번해지고 한순간에 쏠림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작년 같은 엔캐리 청산 같은 '발작(tantrum)'은 이미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으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만큼은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겠다. 시장은 늘 다른 얼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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