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7대 건설사 사망사고는 '100%' 협력사 몫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이던 서울-안성 고속도로 현장에서 교량이 붕괴해 4명이 사망한 가운데, 건설 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는 오로지 협력회사의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연합인포맥스가 현대건설, 삼성물산(건설부문), GS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등 7대 건설사들의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1년~2023년 기간 원청 임직원들의 사망자수는 0건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협력업체 직원들의 사망자수는 50.51명이었다.
[출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취합]
현대건설은 3년간 임직원의 사망 건수는 하나도 없었으나 협력사에서는 2021년 5명, 2022년에 3명, 2023년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3년간 협력사의 사망자는 11명에 달했다. 현대건설의 재해율은 2023년 기준 0.389%였으나 협력사의 재해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2.121%였다.
재해율은 근로자 100명당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 수를 의미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산업재해가 많다는 의미다.
최근에 사망사고가 난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도 자사 임직원 사망자수는 2021년~2023년에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이 회사의 협력사는 2021년에 2명, 2022년에 3명, 2023년에 3명의 사망자를 냈다. 3년간 총 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번에 사고가 난 현장에서도 사망자는 협력업체 직원들로 알려졌다.
GS건설도 같은 기간 자사 임직원의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으나, 2021년에 1명, 2022년에 0.51명(공동 도급현장 지분율 반영), 2023년에 0명으로 3년간 2.5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HDC현대산업개발도 2021~2023년 자사 임직원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으나, 협력사의 경우 2021년에 0명, 2022년에 6명, 2023년에 1명으로 3년간 총 7명으로 집계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부상 재해자수도 임직원은 2023년에 1명에 그친 데 반해, 협력사의 재해자수는 2021년에 64명, 2022년에 74명, 2023년에 12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협력사의 재해자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의 경우 2021년에 임직원 사망(중대재해) 건이 발생한 경우가 1건 있었으나, 이는 비건설부문이다. 건설부문에서는 임직원의 사망이 3년간 한 건도 없었다. 협력사의 경우 2021년에 2명, 2022년에 3명으로 3년간 총 5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삼성물산은 임직원의 재해건수는 2021년 14건, 2022년 18건, 2023년 18건에 그쳤으나 협력사의 재해건수는 2021년에 186건, 2022년에 164건, 2023년에 172건으로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대우건설은 2021년에 4명, 2022년에 3명, 2023년에 2명의 사망자가 나와 3년간 총 9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 이 역시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대우건설도 임직원의 재해건수는 2021년에 1건, 2022년에 0건, 2023년에 1건이었으나 협력사의 재해건수는 2021년에 285건, 2022년에 398건, 2023년에 492건으로 압도적으로 협력사의 산업재해가 많았다.
특히 대우건설은 협력사의 재해율이 2021년 0.61%에서 2022년 0.8%, 2023년 1.22%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건설공사안전관리종합정보망(CSI) 신고 기준으로 전체 건설현장 사망자수는 2021년에 271명, 2022년에 238명, 2023년에 244명으로 꾸준히 200명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사망 사고는 관리·감독 중심의 종합건설업체보다는 실제 현장 업무가 많은 전문건설업체들의 사망사고가 많은 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의 사고사망만인율은 2021년 1.81%, 2022년 2.06%, 2023년 1.98%로 2%에 못 미치거나 이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문건설업체들의 사고사망만인율은 2021년 2.91%, 2022년 2.99%, 2023년 2.72%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이다.
사망만인율은 근로자 1만 명당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수치가 높을수록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종합건설업체보다 전문건설업체들의 사망자수가 더 많은 데는 종합건설업체는 관리·감독 업무의 비중이 더 크고, 전문건설업체는 실제 시공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제조업이든 건설업이든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업무 자체를 하청업체 직원이 하게 된다"라며 "또한 건설은 전문건설사들이 제일 위험한 현장 업무를 하다보니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고, 한 현장에 하도급업체들이 고용한 인력도 절대적으로 많아 상대적으로 숫자가 크다"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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