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순자산 1조달러] 외환위기는 역사책으로…막강 방어벽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우리나라의 지난해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강한 대외 건전성을 재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 1천23억 달러로 전년 말(8천103억 달러) 대비 2천920억 달러 증가했다. 4년 연속 증가세이며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흑자로 전환한지 10년만에 1조 달러에 도달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란 국내 경제주체가 보유한 해외 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금융부채를 차감한 순액이다. 이 지표가 클수록 해외 자산이 많다는 의미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가 더 많은 순채무국이었다.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 부채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으면 위기가 온다는 우려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져 환율이 상승하면 오히려 원화 기준 자산 가치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됐다.
환율이 1,200원일 때 순대외자산 1조 달러는 1천200조원이지만 현재 1,430원 환율이라면 순자산이 1천430조원이 되는 식이다.
한 외국계 은행의 외환 딜러는 "외채보다 외화 자산이 훨씬 많은데 이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가 날래야 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외순자산 세계 순위권 진입한 한국
2024년 3분기 기준 순대외금융자산 보유 상위국은 독일(3조7,075억 달러), 일본(3조5,866억 달러), 중국(3조1,817억 달러), 홍콩(2조663억 달러), 노르웨이(1조6,534억 달러, 2분기 기준), 캐나다(1조3,818억 달러), 스위스(1조823억 달러) 순이다.
한국은 연말 기준 1조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7~8위권에 진입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보면 2023년 기준 홍콩(461.9%)과 노르웨이(310.1%)가 압도적으로 높고, 일본(78.7%), 독일(72.3%), 캐나다(50.1%), 한국(44.1%), 중국(16.4%) 순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소폭 증가하는 사이 대외순자산이 36% 폭증한 것을 고려하면 GDP 대비 대외순자산 비중도 50% 중후반까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대규모 순자산은 외환시장 대응 여력에도 보탬이 된다는 평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는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이고,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외환시장 대응에 충분하다는 것이 세계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평가"라고 말한 바 있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환율이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고 글로벌 달러 강세로 인한 부분도 커서 당장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했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금 환류는 아직…서학 개미 열풍 지속된다
다만 현재까지 순대외금융자산이 적극적으로 환류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세이브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지난달 40억달러 순매수했다. 지난 2021년 1월 45억 달러 순매수에 이은 역대 2위 규모다. 이달 들어서도 25억달러 순매수하는 등 해외증시 매수세는 지속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매수 수요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금의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말 해외주식 비중은 35.9%다. 지난해 대비 2.9%P(포인트) 늘어났다. 기금 자산이 지난해 말 1천103조원에서 올해 말 1천176조원으로 확대되는 점까지 반영하면 해외주식 추가 수요만 5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일본이나 독일처럼 GDP 대비 70% 수준까지 순대외금융자산이 더 증가할 여지가 있다. 당분간 해외투자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 해외주식 투자가 주춤하고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도 감소하면서 순자산 증가 속도는 둔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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