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경쟁①] 신주에서 리츠까지…증권사 자본확충 총력
든든한 모회사가 신주·자본성증권 인수
시장 상대로는 RCPS 등 매력적 상품 발행
[※편집자주 : 국내 증권업계에서 '체급 키우기' 경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위권 증권사는 글로벌 증권사를 따라잡고자 분투 중이며, 중소형사는 5위권 또는 10위권에 진입하고자 몸집을 불리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벌크업'이 기업금융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손보는 중입니다. 업계의 경쟁을 4편의 기사로 소개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증권업계에서 '몸집 불리기'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사가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한 상품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전통적인 수단인 신규 주식뿐만 아니라 신종자본증권과 메자닌·리츠 등 다양한 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지주 계열 증권사…유증으로 자금 수혈
증권사가 자본 확충을 위해 활발하게 쓰는 카드 중 하나는 유상증자다. 특히 모회사 또는 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며, '벌크업' 경쟁에 나선 곳이 많았다.
예컨대 교보증권은 2020년 6월에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천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2023년 8월에는 2천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요건인 자기자본 3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지원사격을 받은 것이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달리 특정 투자자에게만 신주를 발행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활용하는 증권사도 많다. 하나증권은 과거 꾸준하게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대표적인 회사다.
하나증권은 지난 2022년 4월 5천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자기자본 6조 원을 겨냥했고, 2021년 4월에도 5천억 원을 증자하며 자기자본 5조 원대에 진입한 바 있다. 2020년 초에는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올라섰다. 초대형 IB의 요건은 자기자본 4조 원이다.
다만 하나증권은 모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독이 된 케이스다. 하나금융지주가 요구하는 수준의 수익을 내고자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등 악재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가장 최근에 유상증자를 결정한 증권사 중 하나는 현대차증권이다. 자기자본 확대를 통한 리테일 및 기업금융(IB) 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규 상장주식은 기존 상장주식 수(3천171만2천562주)의 95% 수준이다. 모집 방법으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택했다.
현대차증권 주요 주주인 현대자동차(지분율 25.43%)와 현대모비스(15.71%), 기아차(4.54%)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업계에선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관해 업무 확장 의지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차증권 측은 "자본 확충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자 받는 신종자본증권 선호하기도
신종자본증권도 증권사가 모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때 자주 활용하는 상품이다. 배당 규모가 불확실한 신주와 달리 채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은 이자수익을 제공하기에 모회사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오는 28일에 7천억 원 규모로 국내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으로 자기자본 9조3천억 원을 자랑하는 한국투자증권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 10조 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이 신종자본증권은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유지주가 전액 인수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자가 없는 유상증자와 달리 신종자본증권은 이자수익을 준다"며 "지주사의 현금흐름을 고려해 발행하는 게 신종자본증권"이라고 전했다.
앞서 BNK투자증권도 2023년 8월 모회사인 BNK금융지주를 대상으로 국내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이지만, 발행사가 5년 뒤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에 자본으로 인정되면서도, 조기상환이 가능하기에 당장에 덩치를 키워야 할 경우 신종자본증권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신證, RCPS·리츠 등으로 창의성 발휘
자기자본 확대 경쟁에서 지원사격을 해줄 마땅한 모회사가 없는 증권사도 있다. 대신파이낸셜그룹 내 맏형 격인 대신증권이 이러한 사례다.
대신증권은 종투사와 초대형IB로 거듭나고자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일례로 대신증권은 보유 중인 을지로 사옥 대신343을 계열사인 대신자산신탁의 새로운 리츠 대신밸류리츠에 옮겨 담고, 사옥 매각 자금을 얻는 방안을 선택했다.
시장에서 6천억원대 가치로 평가받은 사옥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지스자산운용·NH아문디자산운용과의 협상이 불발됐고, 그 대안으로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세운 것이다.
또한 지난해 3월 대신증권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437만2천618주를 발행해 2천300억 원을 조달하고, 종투사 요건인 자기자본 3조 원을 달성하는 계획이었다.
RCPS는 만기 시 채권처럼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매력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채권처럼 활용해 사전에 조율된 금리로 이자를 받을 수도 있고, 주가가 상승할 경우 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주사를 상대로 발행하는 경우 지분율이 바뀌는 RCPS를 잘 활용하진 않지만, 시장을 상대로 자본을 확충하는 경우 매력적 특성을 갖춘 RCPS를 활용하곤 한다"고 전했다.
ytseo@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