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한국거래소 직원이 말하는 '휴지조각' 주식 거르는 법
(서울=연합인포맥스) ○…"이 책은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종목을 고르는 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종목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침서 역할을 하기 위한 책이다"
한국거래소의 직원이 지난해 연말께 책을 냈다. 제목은 '내 주식은 왜 휴지 조각이 되었을까?'. 제목에서 나타나듯 이 책은 국내 증시를 큰 그림에서 내다보거나, 공시 제도를 설명하는 딱딱한 내용이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와 상장사의 생애주기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는 기관이다. 공시 제도 운영의 최전선에 있으면서, 기업의 소식을 투자자들이 공평한 환경에서 빠르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매년 각종 시스템을 다듬는다.
그런데도 투자의 기본이 되는 재무안정성을 살피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다. 재무악화를 가리기 위해 기업이 내놓은 성장 계획에만 현혹된 결과다. 깨알 같은 사업보고서, 설명이 부족한 공시 등은 투자자에게는 어려운 문서 중 하나일 뿐이다.
특히 매년 3월 연간 사업보고서 발표 시기를 앞두고는 긴장감이 감돈다. 회계감사 시즌의 막바지, 외부 감사에서 의견 거절 및 부적정 의견 등을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상장폐지 알람이 3월에 몰리는 이유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관련 규제를 조이며 '좀비기업' 걷어내기에 나서기도 했다.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상장폐지 요건에 따라, 시가총액 및 매출액 등의 정량 기준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증시에서 퇴출당한다.
'휴지조각'이 될 주식을 거르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본부 기술기업상장부에서 근무 중이다.
증시 데뷔를 꿈꾸는 수많은 기업 중, 투자자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1차 관문'의 역할을 맡았다. 장밋빛 청사진에 기대 불안한 재무 상황을 가린 기업, 상장사로서의 품격에는 맞지 않는 최대주주만을 위한 기업이 증시에 오르지 못하게 막는다. 작가 정보에 "주식시장 메커니즘에 정통하다"는 설명이 들어간 배경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투자자 입장에서 경계해야 할 위기 주식에 대해 서술했다. 자본시장이 이런 주식을 관리하는 절차를 설명한다.
저자는 책에서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상장폐지 후보가 되는 회사들은 최종적으로 대부분 상장폐지에 이르게 된다"며 "실제 상장폐지되는 회사들의 가장 흔한 사유가 바로 '감사의견 비적정'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대다수 상장사의 소액주주 비중이 9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가벼운 문제도, 남의 문제도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책의 중 후반부에서는 보유 주식의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공시와 재무제표, 최대 주주의 키워드를 기본으로 구체적으로 위험한 종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단순히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보는 것과 내 주식에 문제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에 이르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피할 수 있으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이러한 일에 처음부터 엮이지 말아야 한다"며 "한마디로 수상한 종목들에는 손을 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구체적으로 자본잠식률과 세전사업손실률 등 투자자가 뜯어보기 어려운 각종 재무지표를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핵심 감시사항, 특수관계자 거래 등 경고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공시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매출채권, 영업권, 대손충당금 등 기업의 상황에 대해 힌트를 줄 수 있는 항목들도 소개한다. (증권부 박경은 기자)
[출처 :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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