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VC 파트너 선정 답보…후보군 'SBVA·미래에셋·한투파'

2025.03.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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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VC 파트너 선정 답보…후보군 'SBVA·미래에셋·한투파'

3천억원 중 500억 예산 배정…업계 "사업 추진 조직 변화, 지연 배경"



(서울=연합인포맥스) 양용비 기자 =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국내 벤처캐피탈(VC) 파트너 선정 작업이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벤처캐피탈 3곳을 협력 파트너 후보군으로 두고 교감을 이어가고 있지만 파트너 선정의 답보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변함없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VC업계에선 지난해 초부터 진행하던 해당 사업의 추진력이 최근 들어 약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조직에 변화가 생기면서 답보 상태가 장기화됐다고 보고 있다.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국내 벤처투자 파트너 후보군으로 삼은 곳은 SBVA와 미래에셋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3곳이다. 최근까지 해당 운용사와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파트너로 최종 확정하진 않았다.

사업 추진 주체인 현대차가 필요한 건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비히클이다. 일반 법인이라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비히클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VC 펀드 구조에 대한 제언을 요청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당초 현대차와 협력이 유력하다고 거론된 VC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곳이었다.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벤처투자회사(구 창업투자회사)이나 LLC(유한책임형)과는 달리 일반 법인과도 공동운용(Co-GP) 펀드를 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VC 가운데 마땅한 후보군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BVA와 미래에셋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모두 벤처투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펀드 비히클보다는 글로벌 펀드레이징 능력, 글로벌 투자 역량을 갖춘 대형사를 후보군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펀드레이징 역량이 우수한 VC를 파트너로 선정해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SBVA와 미래에셋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전략적투자자(SI)와의 협업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SBVA의 경우 현대차에 병행펀드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투자 맞춤형 계좌를 만들고, SBVA가 동일한 목적의 펀드를 결성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가 출연하는 예산의 절반은 계좌에, 또 다른 절반은 SBVA 펀드에 투입해 동일한 의사결정으로 투자하면 된다.

또 다른 운용사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증권을 통한 공동운용(Co-GP)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유망 기업을 직접 발굴하면서 딜에 대한 주도권을 갖길 원하는 현대차 측에서 해당 방식을 고사했다. 간접 운용보단 직접 운용을 선호하는 셈이다.

딜에 대한 주도권을 보유하면서 직접적으로 살펴보려는 영역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선정한 8대 핵심 투자 분야다.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 ▲에너지 등이다.

현대차가 해당 사업에 배정한 예산은 3천억원이다. 해당 예산을 1년에 모두 사용하지 않고, 수년간 나눠 벤처투자 파트너를 선정해 투입할 예정이다. 3천억원 가운데 2천500억원은 북미 투자에 쓴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도 펀드 결성이 가능한 파트너를 찾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500억원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국내 VC 파트너 선정 작업에 배정됐다.

VC업계의 기대는 컸지만, 현대차의 VC 파트너 선정은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VC업계에선 답보 상태가 장기화하는 배경으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내에서 사업 추진 조직에 변화가 생기면서 지금 당장 선정 작업이 불투명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 때문에 사업 자체가 원점부터 재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조직 변화로 인해 선정 작업이 지연되고 있어, 빠르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VC 파트너 선정 작업이 지연되는 사이 한국투자파트너스에는 변수가 생겼다. 국민연금이 출자자(LP)로 참여한 '한국투자핵심역량 레버리지2 펀드'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VC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면 겸업금지 조항을 둔다. 국민연금 출자 펀드를 우선적으로 소진해야 한다는 원칙인데, 이에 따라 현대차와의 신규 펀드 결성이 어렵게 됐다. 협업을 위해선 한국투자핵심역량 레버리지2 펀드에 현대차가 LP로 참여하는 방식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VC 파트너 선정을 주도하는 조직의 변화는 없다"며 "해당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yb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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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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