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사태③] 공격할 땐 거버넌스, 자사 포트폴리오는 외면

2025.03.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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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사태③] 공격할 땐 거버넌스, 자사 포트폴리오는 외면

현재 투자 중인 커넥트웨이브, 불공정 합병·주주 축출 논란

상장사 투자 시 지배권 지분만 거래해 프리미엄 독식하기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윤은별 기자 =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 참전의 명분으로 '거버넌스 개선'을 내세운 가운데 정작 자신의 포트폴리오 기업 거버넌스는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공정 합병과 일반주주 강제 축출 논란을 부른 커넥트웨이브 사례와 지배권이 있는 상장사 주식만 거래해 프리미엄을 독식한 경우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커넥트웨이브

[출처: 커넥트웨이브]





◇ 커넥트웨이브, 불공정 합병·주주 강제 축출 논란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는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커넥트웨이브를 지난해 9월 코스닥시장에서 자진해 상장 폐지했다.

MBK가 커넥트웨이브에 처음 투자한 시기는 2022년이다. MBK는 2022년 코리아센터에 약 4천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된 뒤 코리아센터가 이 자금을 활용해 다나와 지배권 지분을 인수하도록 했다. MBK는 같은 해 코리아센터(소멸회사)와 다나와(존속회사)를 역합병해 커넥트웨이브를 만들었다.

합병 당시 코리아센터와 다나와는 모두 상장사였으므로 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정했는데, 두 업체는 비슷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PER이 5배 넘게 차이 날 만큼(2021년 기준 코리아센터 60배, 다나와 12배) 시장에서의 평가가 달랐다.

다나와 일반주주들은 불리한 합병비율에 불만을 드러냈지만, MBK가 지배하는 최대주주 코리아센터의 결정을 거스르기는 어려웠다.

당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배주주에게는 최대한 유리하게, 일반주주에게는 불리하게 합병 비율이 정해지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MBK가 지난해 단행한 커넥트웨이브 공개매수와 주식교환도 일반주주의 반발을 불렀다.

코리아센터가 다나와를 인수한 뒤 다나와 주가는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매년 시가 배당률 2% 수준으로 지급하던 다나와의 배당을 갑자기 중단했기 때문이다. 합병으로 커넥트웨이브가 출범한 이후로도 배당은 없었다.

2022년 초 2만5천원 수준이던 커넥트웨이브(다나와) 주가는 2023년 말 한때 1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MBK는 지난해 4월 상장폐지 목적으로 주당 1만8천원에 잔여주식을 모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주는 주식교환으로 강제 축출됐다.

주식교환은 지배주주의 지분이 3분의 2 이상이라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주주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축출은 장기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에서 지배주주는 공개매수 가격을 낮추려 하고 대상 회사의 이사회 역시 지배주주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에 가격 협상을 할 수 없다"며 "잠재적 매수자와의 경쟁도 없기 때문에 공개매수 가격이 공정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장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일반주주는 지배권 프리미엄에서 소외…한국식 M&A '구태'

MBK는 과거 여러 차례의 상장사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거버넌스 개선보다 '한국식 M&A'의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에 그쳤다.

국내 M&A 과정에서는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만 비싼 가격에 매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에 일반주주는 지배권 프리미엄을 공유하지 못하는 등 가격 차별을 받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배주주 지분에만 과도하게 높은 지배권 프리미엄이 붙는 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MBK가 M&A에서 일반주주를 소외시킨 대표적 사례가 코웨이[021240] 인수다. 지난 2012년 8월 MBK는 코웨이 지분 30.9%를 웅진홀딩스 등으로부터 사들였다. 공개매수 없이 지배주주 지분만 장외에서 거래했다.

매수가는 주당 5만원이었다. 계약 체결 당시 주가가 3만원대 중반이었음을 감안하면 40%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2019년 MBK가 코웨이 지분을 매각할 때도 지배권 프리미엄은 MBK가 독식했다. 일반주주는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식 M&A였다.

최근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MBK는 지난해 9월 최대주주 영풍[000670]과 콜옵션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때 MBK는 고려아연의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MBK의 최대 매수 수량은 전체 주식 수의 14.6%에 불과했다.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영풍과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잔여 주주가 모두 참여할 수 없는 수량이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공개매수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매수 수량을 이같이 정한 이유에 대해 "최대 수량을 확보하면 (영풍·MBK의 지분이) 의결권 기준으로 5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상장사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사회의 적극적 역할과 활발한 민사소송을 통해 제도를 도입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MBK가 2023년 UCK파트너스와 함께 인수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에는 지분 전량을 사들여 상장 폐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hskim@yna.co.kr

e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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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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