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달러 강세는 옛말…이제 유로화 강세
엔화 수요도 유로화로 이동…엔화 강세 제한 전망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치솟았던 달러화 가치가 미국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에 고꾸라진 가운데 유로화 가격이 연일 상승세다.
투자 자금이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엔화에서 유로화로의 이동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23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월 13일 110.178로 고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 종가는 104.116를 기록하며 1월 고점 대비 5.5% 낮아졌다.
같은 기간 유로-달러 환율은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1월 13일 1.01770달러로 올해 저점을 기록했지만, 지난 21일 1.0876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 기간 상승률은 6.86%다.
마켓 리스크 어드바이저리의 후카야 코지 연구원은 "패리티(1유로=1달러) 가능성은 완전히 멀어졌다"고 진단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은 유로화의 강세를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악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기 불안 등 여러 악재가 많았다.
그러나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급격하게 후퇴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악화 우려가 커졌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정책 기조는 유로화에는 예상치 못한 호재로 작용했다.
유로존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방위비를 확대하는 한편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확대 노선을 택하면서 유로화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달에는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자금 이동이 시작됐고, 이달 들어서는 엔화로부터의 자금 유입도 강화됐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중단,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노선에 반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를 지속하고 있어 금리 차 요인은 유로화 매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즈호은행의 다이스케 카라카마 연구원은 "유로존 지역의 은행 대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ECB의 금리 인하 횟수도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닛케이 퀵이 외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되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응답은 60%를 차지했다.
반면 유로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크게 후퇴했다. 연내 유로화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은 33%에 달해 '보합세일 것'이라는 응답과 함께 가장 많았다.
유로화의 예상치 못한 강세는 엔고 시나리오에도 수정을 요하고 있다.
달러화에서 엔화로 유입되던 대규모 투자자금이 유로화로 향하기 시작하면 엔고 시나리오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BOJ는 여전히 추가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어 엔화 매수 재료 자체가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엔화 매수세가 예상보다는 약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ygjung@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