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중심에서 지분투자로'…주택금융 구조 대수술

2025.03.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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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중심에서 지분투자로'…주택금융 구조 대수술

"궁극적으로 민간 금융사 참여 유도"



금융당국, 가계대출 다시 조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금융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기획재정부 등과 19일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주요 지역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영향 등으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거래량이 폭증함에 따라 가계대출 추이를 주요 지역 단위로 세분화해 살피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 은행 지점에 게시된 대출 안내문 모습. 2025.3.19 cityboy@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정원 기자 =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지분형 주택금융(모기지)'은 지나치게 대출에 의존하는 가계 주택금융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은 은행 등의 금융사에는 '누워서 떡 먹기'식 영업 관행이었고, 정부 산하 정책금융기관들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내세워 대출과 보증 위주로만 주택금융 시장을 뒷받침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주택금융공사를 내세워 가계의 주택금융 구조를 자본(지분) 중심으로 바꾸고, 중·장기 관점에서 민간 금융사 참여를 유도해 '지분형 주택금융' 정책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 한국형 주택금융 특수성이 만든 '게임체인저'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은 '지분형 주택금융'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연합인포맥스가 단독 송고한 '내 집 마련 패러다임 바꾼다…정부, '지분형 주택금융' 도입' 제하 기사 참고)

그간 관계부처는 지분형 주택금융 제도의 세부 시행안을 두고 리츠를 활용해 주택 구입에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과 주금공이 주택 구입의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두 방식 모두 주택 구입자의 대출 부담을 줄이는 게 핵심이지만, 제도 시행의 현실성과 중·장기 관점의 시장 변화를 위해 정부는 주금공을 활용하는 방안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다.

국내 가계부채는 1990년대 이후 자유화된 부동산 금융과 함께 불어났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은행을 중심으로 주담대 공급이 급격히 늘면서 가계대출도 급증세를 이어왔다.

이후 금융당국 중심으로 가계부채 속도조절을 수차례 단행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독 가계부채가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관된 우리나라는 금리 조정이나 대출규제 만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며 "특히 주택의 자가 소유를 우선하고, 부동산을 자산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중심 축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선 더욱 어렵다"고 했다.

지분형 주택금융 제도의 도입 또한 이같은 한국형 가계부채와 주택금융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과도한 '대출'을 일정 부분의 '지분'으로 전환해 주거비용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의미 있는 수준의 자원을 투입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될 경우 이번 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부채를 지분으로 바꿔 부동산 금융비용을 줄이는 한편,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적절한 가격 형성도 도모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주금공을 활용한 지분형 주택금융의 경우 주택 구입자는 주금공이 사들인 지분에 대해선 렌트비를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렌트비는 대출금리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주택 구매자)만 주거 효용을 누리는 데 대한 사용료 개념에 가깝다.

이렇다 보니 렌트비는 은행의 주담대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 경우 주택 구입자는 일정 부분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가운데서도 대출 비중을 낮추고 대출이자 등의 부대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주금공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기존 공동 매입자에 우선 매수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제도 안착 핵심 시범운영 규모·지역…민간 금융사로 확대해야

정부의 재원을 활용해 개인의 주택금융을 지원하는 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9년 '반값 아파트'로 불렸던 보금자리주택 사업이나, 2013년 도입된 공유형 모기지 상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갖가지 논란 끝에 저조한 수요를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도 소셜프로그램 일환으로 정부 주도의 주택 구입 지원 제도가 존재했지만 실패로 평가받았다. 집값의 95% 가까이 대출이 가능한 영국에서 제도가 갖는 실효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형 주택금융은 주거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시행됐던 과거의 국내외 사례와는 달리, 가계의 주택금융 구조 자체를 자본으로 이전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크다.

지분형 주택금융 제도 하에서 주택 구입자는 주금공과 주택 가격의 변동성 리스크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가격이 오르면 소유 지분만큼 시세 차익을 나누지만,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그만큼 손실 부담은 줄어드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주금공은 주택 가격의 지나친 변동성에 대응해 가격 협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호가에 기반해 형성되는 주택 시세가 과한 등락폭을 보일 경우, 주금공이 주택 지분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가격을 제시, 일종의 가격 선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부분이 핵심이다.

이는 최근 토지거래허가제 규제 완화가 번복되는 과정에서 출렁인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남 3구'에 국한되는 이슈였다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통상 부동산 시세는 실거래뿐 아니라 호가 추세만으로도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일종의 화약고"라며 "상방을 가계대출·토허제 등으로 막아둔 탓에 작은 불꽃만 튀어도 가격이 튀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주금공을 통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면 기존 주택 구입자와 잠재 구입자들의 혼란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지분형 주택금융의 시범운영 규모가 제도의 안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가 어려운 주택뿐 아니라 거래가 활발한 주택을 대상으로 포함해야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돈이 되는 주택, 최소한 수도권 지역 내 주택을 대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자원이 투입돼야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안착한다면 기존의 주택금융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정부는 궁극적으로 주금공의 역할이 민간 금융사로 확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등 민간 금융사가 지분투자 개념의 주택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선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를 대폭 손질해야 하는데, 이는 현 시점에선 쉽지 않다"며 "다만 시범운영을 거쳐 제도가 안착한다면 궁극적으론 민간 자본을 통해 지분형 주택금융을 고도화하는 쪽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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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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