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와 '强달러' 오판…기업 70%, 경기 침체 예상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경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 달러화가 예상과 달리 약세로 움직이면서 달러 강세 시나리오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관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달러 강세로 억제하려던 미 행정부의 시나리오가 흔들리면서 기업 경영진들은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정부 "달러 강세가 물가 상승 상쇄할 것"
트럼프 행정부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26일 수입 자동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발표했다. 오는 4월 2일에는 더 광범위한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고율 관세를 도입해도 달러 강세로 인해 수입 가격이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스티븐 밀란 위원장은 2018∼2019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당시 위안화가 달러 대비 13.7% 하락하면서 수입 가격 상승분의 75%를 상쇄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7년간의 실증 데이터를 보면,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자신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달러 강세로 인해 미국 제품 가격에 전가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달러 약세·유로 강세
하지만 실제 시장 상황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하는 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개월 동안 달러 가치는 3.0% 하락했다. 이는 2024년 11월 대선 이후 상승했던 부분을 모두 상쇄한 수준이다.
베센트 장관은 이러한 움직임을 '대선 전 과도한 달러 강세의 조정'이라고 언급했다.
3월 들어 달러 약세는 급격한 유로 강세와 맞물려 있다.
독일 총선을 거쳐 여야가 국방비 증액에 합의하며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자 유로화는 약 20일 동안 2.9% 상승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국방비 부담을 요구해온 점을 고려하면 독일의 국방비 확대는 미국 입장에서 '호재'일 수 있으나 이후 달러 약세·유로 강세가 심화되면 미국 내 물가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시장에서는 행정부가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2024년 11월 밀란 위원장이 발표한 논고에서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마라라고 합의' 구상을 제안한 것이 주목받고 있다.
해당 논고에서는 "관세를 인상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달러 강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산업 보호를 위한 미국 내 투자 증가가 달러 강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는 시장에서 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면 적극적인 달러 매수를 이어가긴 어렵다는 이유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달러를 유도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금융 시장에서는 '강한 달러'와 '달러 강세'를 구별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역대 미국 재무장관들은 '강한 달러'라는 표현을 단순히 환율상 강세가 아니라 기축통화로서의 신뢰와 시장 유동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해 왔다.
◇ 기업 70%가 경기 침체 예상
대부분의 기업은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CNBC가 3월 10∼21일 실시한 분기별 조사에 따르면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의 60%가 올해 후반 경기 침체를 예상했으며, 15%는 2026년 중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70% 이상의 기업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셈이다.
또한 90%의 응답자가 관세 정책이 '고인플레이션의 재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6일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간접적 영향이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 철강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최종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데에는 시간차가 있다.
무살렘 총재는 이어 "사람들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시작하면 종종 현실이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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