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 대전환-③] 커지는 주금공 역할론

2025.03.3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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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 대전환-③] 커지는 주금공 역할론



한국주택금융공사(HF) CI

[한국주택금융공사(HF) 제공] 현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정원 기자 = 정부가 주택매입 구조의 패러다임을 바꿀 아이디어로 제시한 '지분형 주택금융(모기지)'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간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주택보증, 주택연금에 초점을 뒀던 주금공의 업무는 향후 지분형 모기지의 핵심 공급자로 범위가 확대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분형 모기지 공급을 민간 금융사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인데, 여기에는 주금공의 관련 시범사업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선결 조건이 따라붙어 내부적 고민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지분형 주택금융 도입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연합인포맥스가 25일 단독 송고한 '내 집 마련 패러다임 바꾼다…정부, '지분형 주택금융' 도입' 제하의 기사 참고)

이번 정책의 핵심은 대출 일변도인 주택구입 과정에 정책자금을 통해 '지분투자' 옵션을 이식하자는 데 있다.

자기자본 일부에 은행·정책 금융기관 대출을 과도하게 끌어 쓰는 현 상황이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주금공을 주택매입 과정에 '지분 투자자'로 참여시켜 가계의 부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 첫번째 기대효과다.

주금공은 확보한 지분을 통해 일종의 '렌트비'를 수령하게 된다. 이는 대출금리 개념이라기보다는 공동 투자로 주택을 매입한 상황에서 일방(가계)만 주거 효용을 누리는 데 대한 사용료 개념에 가깝다.

대출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면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책 목표와는 괴리가 발생하는 만큼, 주금공이 수령하게 될 렌트비는 대출금리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을 적용하겠다는 게 기본 콘셉트다.

두번째 기대효과는 주금공 보유 주택 지분에 대한 활용법과 맞닿아 있다.

이는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시세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다. 매매가가 과도하게 튀거나 급락할 경우 주금공이 보유 지분을 활용해 시그널을 주는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정책이 실효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거래량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는 서울·수도권 주택을 일정 규모 이상 편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의 부동산시장은 지방·수도권·서울권·강남이 모두 따로 노는 분위기다.

지방 미분양 부동산에 대한 제도 지원이나 강남권의 부동산의 거래 제한 등 일차원적 해법이 과거와 같이 분수·낙수효과를 만들어 내는 구조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서울 상급지에 대한 거래가 막혔을 경우 기타 서울·수도권에 대한 풍선효과를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편이 현재의 거래 패턴을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양한 주택군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결국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며 "제도의 존속을 위해선 주금공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렌트비 수령과 보유 지분의 시세차익 확보, 재투자 활성화 등이 중요하다. 특히, 시장 변동성 확대를 완화하는 것도 정책 목표로 보고 있다면 지방과 서울을 함께 포함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과 주금공의 고민도 큰 상황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주금공의 지분투자 비율을 합산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외부 자본·대출을 허용할지의 문제부터, 시범사업 규모, 편입 주택범위, 렌트비 수준, 주금공의 재원 마련 계획 등을 세팅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다만,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주금공의 역할은 향후 보금리자리론 등 장기·고정금리 공급 한 축과, 지분형 주택금융 투자자 역할로 나뉘게 될 전망이다.

정책적 목표를 고려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선 장기·고정금리 공급자의 역할은 축소시키면서 지분 투자자의 역할을 확대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재원마련의 경우 주택저당증권(MBS)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MBS시장은 현재 주금공이 유일한 발행자다. 1년에서 30년까지의 트렌치로 발행하는데, 5년 이상의 장기물이 75% 이상이다.

정부가 지분형 주택금융에 앞서 국내 산업의 지분투자 확대를 위해 발표한 50조원 규모의 산업은행 첨단전략산업기금 또한 초기 재원 확보를 위한 깊은 논의를 지속했던 바 있다.

결국 정부는 매년 10조원 한도의 첨단전략산업기금채권을 발행해 관련 재원을 확보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는 2조원 규모의 초기 자금도 깔아두기로 했다. 이는 매달 이자를 받는 대출과 달리 지분투자의 경우 투자금 회수까지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이 과정을 버틸 '인내 자본'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주금공 또한 MBS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지분형 주택금융 활성화를 위한 별도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주택금융 부문에서 관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역량을 갖춘 곳은 주금공이 유일하다"며 "지난 20여년간 수행해왔던 업무에 중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분형' 트렌드 속에서 주금공의 향후 역할은 한 단계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jsjeong@yna.co.kr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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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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