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공개된 공직자 재산변동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외 주식 투자로 재산을 크게 불리면서 주목받았다. 보유 자산 중 증권이 1년 만에 약 4억원에서 29억원으로 7배가 늘었다. 이 중 대부분은 미국 증시에서 거둔 성과로 알려졌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주식 투자를 늘린 서학개미 대부분도 과실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 증시가 흔들리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의 투자처 중 미국 비중이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2019년 말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잔액은 152억달러였지만, 작년 말에는 1천161억달러로 8배가량 늘었다.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서학개미의 분산투자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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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던 미 증시가 흔들리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을 부활하려고 추진하는 정책 등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는 탓이다.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경기가 둔화하는 '고물가 침체(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미국에서 고개를 든다. 과거에는 미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 공급 꼭지를 틀어주는 금리인하 같은 조치가 나왔지만, 현재는 인플레 우려 때문에 쉽지 않다. 문제는 트럼프의 제조업 정책이 달성되는 데는 시간이 적잖이 걸린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맡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증시 상황에 대해 시장 심리를 다독이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건전한 과정"이라며 행정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 변동성을 감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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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불안에도 서학개미의 투자금이 국내 증시로 돌아와 편중 현상이 해소되거나 외국인 투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짙은 데다 투자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도 없기 때문이다. 일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지연되면서 미 증시 조정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 훈풍이 우리 외환시장을 비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급등했고, 달러-원 환율은 1,47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향후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 1,500원 가능성까지 나온다. 이보다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고민이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31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가 우선은 환호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생산기지를 전부 미국에 뺏기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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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많이 오른 세계 증시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 지출이 발표된 유럽 쪽에 많고, 똑같이 경기 활성화에 집중하는 중국 쪽이 뒤를 따른다. 연초 후 일본과 미국 증시는 10%와 8% 내렸지만, 홍콩은 5%, 프랑스와 독일은 7%와 13%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눈치를 보면서 정책의 완급을 조절하고, '파월 풋'도 나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대안이 되려면 일단은 리더가 없어서 생기는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고 나쁜 이미지를 씻겨줄 무언가가 절실하다. 물론 길게는 제조업 공동화 우려 불식을 위해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강남권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가계부채 우려로 당분간 '이창용 풋'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은 최근 산불 대응으로 논의되는 추가경정예산의 규모 확대가 출발점이 될 수 있는데 지금도 여야가 싸우기 바쁘다. 리더의 실력은 어려울 때, 리스크를 겪을 때 대응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디지털뉴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