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형 모기지 구조-①] 자기자본 10%만 있어도 내 집 산다
[※편집자 주 = 금융당국과 통화당국 수장이 한 데 모여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부동산의 신용 집중이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던 수장들은 그 대안으로 정부가 준비 중인 지분형 주택금융(모기지)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이날 특별대담에서 윤곽을 드러낸 지분형 주택금융의 구조와 청사진을 두 꼭지에 걸쳐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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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 특별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3 mon@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정원 기자 = 정부가 도입하는 '지분형 주택금융(모기지)'는 한 마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부동산 시장에서, 여유는 부족하지만 집은 갖고 싶은 무주택자를 돕는 원금보장형 모기지 상품으로 정의된다.
지난 3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그리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함께한 특별대담에선 정부가 도입하려는 지분형 주택금융의 대략적인 구조를 엿볼 수 있었다.
이른바 'F3(금융위원장·한은총재·금감원장)'가 함께한 유례 없는 대담에서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의 수장들은 정책금융의 한계를 넘어설 대안으로 지분형 주택금융을 제시했다.
그간 정책금융은 저리의 대출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서민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했다. 특히 보금자리론이나 신생아 특별공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된 정책금융은 때론 가계부채가 폭증하게 된 트리거가 됐다는 비판을 마주해야 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일정 수준의 소득 이하층에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금융을 활용해 무주택자를 지원해왔지만, 이 방식이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바람직한 방식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때"라며 "집 살때 모자란 돈을 지분 형태로 투자해서 정책금융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보자는 생각"이라고 지분형 주택금융의 시작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날 금융당국과 통화당국 수장들은 지분형 주택금융이 대출 규제를 향한 비판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건전성을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계속 강화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비판이 '그러면 부모에게 뭘 좀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 집을 살 수 있는거냐'는 얘기"라며 "능력으로 최대한 대출을 받아도, 소위 '영끌'을 해도 집을 못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출 관리를 풀 수는 없으니 주택금융공사가 지분을 공동으로 취득하는 방식이면 어떨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려면 우선 여윳돈을 따져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유 자산이 넉넉지 않거나, 부모로부터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은행 문을 두드려야 했다. '하우스 포모(FOMO·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가 두려운 무주택자들의 선택지는 '영끌' 뿐이었고, 이는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강화된 가계부채 기조 속에 영끌도 어려워졌다. 고도화된 DSR 규제는 물론 기존의 LTV·DTI 규제와 맞물려 이제는 예전처럼 집값의 70~80%를 대출받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무리해서라도 집값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캐피탈 게인)을 누릴 수 있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못한 무주택자는 갈수록 심화하는 자산 양극화에서 더 큰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분형 주택금융은 이런 무주택자에게 맞춤형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위원장은 '자기자본 10%·대출 40%·주택금융공사 50%' 모델을 제시했다.
현재의 대출규제 체제에서 차주가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집값의 40% 안팎이다. 예전 같으면 자기자본 30%에 은행 대출 70%로 집을 샀겠지만, DSR 체제에서 불가능한 대출 한도를 주금공이 지분형 투자로 대신해 주겠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말 대로라면 무주택자는 집값의 10%, 즉 최소한의 자기자본만 들여 주택 구입이 가능해진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한층 쉬워지는 셈이다.
통상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이들이 전·월세 등 임차에 나선다는 점에서 지분형 주택금융은 전·월세 수요를 대체할 방안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주금공의 보유 지분에 대해서는 시세 대비 낮은 '사용료'를 언급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금공 지분투자를 활용한 부분에 대해서만 통상의 이자비용보다 낮은 수준의 사용료를 받겠다고 강조한 것은, 향후 정책금융의 '방향성 전환'을 예고한 부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크고 작은 부작용을 낳았던 정책대출 비중은 줄이는 한편, 지분투자를 활용한 모델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조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이창용 총재 또한 지분형 주택금융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전세 등의 문제는 내 소유가 아니라 집에 못도 박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지분형 주택금융은 나중에 집을 최종적으로 소유하더라도 벽에 못을 박을 수는 있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이고 꼭 성공해야 한다. 집을 처음부터 100%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구나 하는 인식이 퍼지면 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총재는 "제도 성공을 위해선 역세권, 좋은 위치에 새로 짓는 것을 먼저 (시범사업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분 파이낸싱을 한다고 하면 주금공뿐만 아니라 은행도 후순위 에쿼티로 들어와서 성공하는 예를 함께 만들어달라"고 조언했다.
이는 정부가 결국 지분형 주택금융 사업을 중장기적으로는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에 넘기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갭투자도 아니고 자기자본 10%로 자가를 가질 기회를 얻는 다는 것은 과거 부동산 시장에선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시범사업의 위치, 규모, 그리고 후에 완전한 소유를 위해 어떻게 (주금공이)지분을 매수·도 할 것인지에 대한 컨셉이 중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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