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민원 파헤쳐 KB캐피탈 고객 피해 확산 막았다
추가 피해 의심…신설 '금융소비자보호국' 첫 성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KB캐피탈의 법정 최고금리(20%) 위반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해낸 것은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금융소비자보호조사국'의 첫 성과로 여겨진다.
단 한 건의 단순 민원에서 내부통제 부실 가능성을 엿보고 즉각적으로 현장 점검에 착수, 수백여건 이상의 유사 사례를 적발하면서 다수의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민원 연계 즉각 조사…법 위반 무더기 적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내 금융소비자보호조사국은 작년 말 접수된 KB캐피탈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추가 피해 가능성을 감지했다.
민원을 제기한 고객은 KB캐피탈로의 대출 상품을 이용하다 20% 넘는 금리가 부과된 사실을 발견했다.
현행 이자제한법 등에서 정한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다. 정부는 2000년대 초 60%가 넘었던 최고금리를 꾸준히 내려 2021년 7월부터는 20% 이상은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금융회사는 초과 이자 부분에 대한 반환 의무가 있으며, 형사적으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금감원은 민원 해결 과정에서 KB캐피탈로부터 '전산 오류'로 20%가 넘는 이자가 부과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민원을 제기한 고객에게 초과 이자를 돌려주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금감원은 내부 시스템 문제라면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융소비자보호조사국은 신속하게 KB캐피탈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점검 결과 이자율 계산 산식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숫자 입력 실수가 발생했고, 20% 이상의 이자율이 산정된 고객에게 고스란히 초과 이자분까지 부과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금감원이 이렇게 추가로 적발한 최고금리 위반 건은 수백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다수 고객에게 잘못 부과된 이자는 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KB캐피탈 측에 즉각 시정할 것을 요청했고, 회사는 뒤늦게서야 고객들에게 더 받은 이자를 돌려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직개편 빛났다…소비자 피해 확산 막아
이번 사건은 작은 민원의 단순 해결로 끝내지 않고 즉각 조사와 연계에 다수의 부당 행위를 발견해 시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는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기존 상품심사판매분석국은 조사 기능이 없다 보니 검사국에 이첩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작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 안팎에선 불법, 부당행위에 따른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퍼졌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금융소비자보호조사국을 신설,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신속한 현장 점검과 조사가 즉각 착수될 수 있도록 했다.
민원과 연계에 직접 조사에 나설 수 있고, 필요한 경우 검사국과 연계해 큰 사건을 조기 진압할 수 있는 유기적 체계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이번 KB캐피탈 사건은 민원을 민원으로 끝내지 않고 운영 위험이 큰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역량을 집중해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은 소비자보호조사국의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직 신설로 금융회사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와 건전한 경영 문화 정착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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