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상했던 20조 유입 기대 사라졌다…채권시장 수급부담 배가

2025.04.09 07:38

읽는시간 4

URL을 복사했어요
0
올해 예상했던 20조 유입 기대 사라졌다…채권시장 수급부담 배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우리나라의 세계국채지수(WGBI) 실편입이 당초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되면서 하반기 채권 수급에 비상등이 켜질 전망이다.

기대했던 지수 추종 자금이 올해 당장 유입되지는 않을 것인 만큼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추가 국채 발행이 필요할 경우 소화 여력에 대한 부담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력 주자의 재정 확대 공약 등이 제기될 경우 채권시장의 민감도도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WGBI 지수 실편입 지연…올해 11월→내년 4월

FTSE러셀은 9일 우리나라 국고채의 WGBI 편입을 확정하면서도 실제 지수 반영 시점은 당초 제시했던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 미뤘다.

일본 등 보수적인 투자 절차가 자리 잡은 지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낯선 결제 환경 등에 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올해는 지수를 직접 추종하는 자금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실제 편입 시점에 해당 비율대로 자금을 집행한다"고 설명했다.

FTSE는 지난해 9월 우리나라의 지수 편입 결정 당시 올해 11월부터 시작해 1년 동안 우리 국고채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약 2%까지 확대하는 시간표를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WGBI 지수 추종 자금을 고려할 때 약 80조원 내외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1월부터 1월까지 석달간은 해당 자금의 4분의 1인 약 20조원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었다.

FTSE는 다만 내년 11월까지 국고채의 최종 반영 비율인 약 2%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은 그대로 유지했다. 실편입이 다소 늦어지지만, 비중 확대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식이다.

◇올해 하반기 수급 우군 이탈…추경 등 물량 부담 가중

전체적으로 WGBI 가입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의 최종 유입 규모 등에 차질이 없지만, 관건은 올해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올해는 국고채 발행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서 그렇지 않아도 수급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전쟁과 국내 정치적 혼란, 대형 산불과 같은 재난 등으로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하면서 추경재원으로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은 약 2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 잉여금이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4조2천억원보다 약 1조2천억원 많은 5조4천억 원가량인 점이 추경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대부분 추가 국고채 발행을 통해 충당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는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20조 원 규모의 추경이 적절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런 만큼 10조 원가량의 1차 추경 이후 6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하반기 2차 추경이 편성될 것이란 예상이 파다하다.

그런데도 채권시장에서 그동안 추경 이슈가 금리에 큰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WGBI 추종 자금이 유입되면 추경을 위한 추가 국채 발행분의 소화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란 기대가 기저에 깔린 탓이었다.

WGBI 자금 유입이 지연되면서 이런 계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초장기채에 대해서는 보험사 등의 수요가 탄탄하다고는 하지만, 추경으로 전 구간에 걸쳐 발행이 지금보다도 더 늘어난다면 물량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채권 딜러는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규모 추경이 추진될 가능성이 큰데 하반기에 WGBI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작지 않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대선 과정에서 제기될 추경 규모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근우 기재부 국채과장은 "실편입 지연으로 인한 채권시장의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지만, (불안)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는 시장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 발행 계획은 시장과 소통하며 큰 충격이 없도록 조정할 것"이라면서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적기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고채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jwoh@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오진우

오진우

돈 되는 경제 정보 더 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