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대응] 할인된 전기차에 보조금 더…美 말고 눈 넓히기
국내 투자 매력 높이기와 대미 협상 과제
(세종·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유수진 기자 = 미국의 자동차 관세로 완성차 기업들은 재고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중부는 관련 기업이 미국 외에 다른 수출 활로를 찾고, 국내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도록 전기차 지원금 등을 늘린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외 투자 유치와 대미 협상도 병행한다.
◇ 올해 안에 차 사면 실질 부담 줄어
정부는 미국 자동차 관세조치 대응을 위한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대책'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확대한다고 9일 발표했다. 기업 할인액에 비례한 추가보조금의 매칭비율을 최대 80%까지 높였다. 일반 전기차에 대해 700만원 이상 구간을 신설했고, 기존 구간은 인센티브 비율을 10%포인트씩 상향했다.
보조금 지급 기한은 연말까지 6개월 연장한다. 연말로 갈수록 차량 할인 프로모션이 커지는 업계의 관행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의 실질적 부담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도 확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재고 관리의 유연성을 더할 전망이다.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신차를 구매할 때 개별소비세 30% 인하(5%→3.5%)가 시행 중인데, '필요시 추가 지원 검토'라는 문구를 넣었다. 노후차 교체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개소세 감면 연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상태다.
자동차 구매에 대한 재정 지원은 미국 관세 대응 과정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비관세조치로 인식하면 대미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완성차 기업들의 영업 현황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정부는 친환경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대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기차를 살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캐즘에 이어 관세라는 수요 충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완하는 내수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미래차의 기본적인 생산 볼륨이나 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내수와 더불어 글로벌 신시장 개척에 정부가 앞장선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중동, 중남미까지 대상 지역이 다양하다. 자유무역협정(FTA)도 적극 활용하고, 수출 바우처 및 무역보험 한도 확대 등 세밀한 부분까지 챙긴다.
◇세액공제 확대·인허가 밀착 지원…"국내 투자 매력도 높인다"
정부는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 유지·확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국내 투자환경 개선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미래 중심 기술이 될 자율주행을 국가전략 기술로 추가 지정해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나선 기업들에 세액공제를 확대 제공한다.
또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조세특례가 적용되는 자동차 청정 생산시설 범위를 도장에서 의장, 차체 등 여타 생산공정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친환경 산업 전환의 필요성을 고려한 조치다.
빠른 인허가 등 국내 투자 환경 개선에도 힘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EV(전기차) 전용 공장 시설투자, 전동화,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R&D 등에 올해 24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르노코리아와 KGM 등도 EV 신차 설비 투자를 계획 중이다.
정부는 이들이 차질 없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 태스크포스(TF) 등 전담 담당관을 지정해 인허가 등을 밀착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계획된 2천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 현금 지원도 신속히 처리한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좌우하는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보탠다.
정부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판매를 허용하고, 상반기 중 '자율주행 통합기술 로드맵'을, 3분기엔 '미래차 부품산업 기본계획(2025~2029년)'을 마련해 국내 미래차 생태계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확보와 미래차 핵심부품 공급망 확충에도 5천억원을 투자한다. 'AI 자율 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부품기업 '솔루션100 자문단'을 구성·운영하며 미래차 특화 전문기업 100개를 육성할 방침이다.
이번 지원책 발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협상 대응도 강화한다.
정부는 총리 주재 '경제안보전략 TF' 등 회의체를 통해 대미 전략 거버넌스를 재정비하고, 협상의제를 지속 발굴해 동맹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 여건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조속히 법령·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고 수시로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관세 피해 상황도 모니터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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