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폭락에도 골프 친 '강철 멘탈' 배경은

2025.04.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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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왜] 폭락에도 골프 친 '강철 멘탈' 배경은



[https://youtu.be/ZTnGajdoEDQ]



(서울=연합인포맥스) 서영태 기자 = 미국 '해방의 날'이 아니었습니다. '폭락의 날'이 어울리는 표현 같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난 2일 이야기입니다.

미국 주가지수 S&P500이 5% 가까이 떨어졌고요, 다음날에는 6%가량 폭락했습니다. 팬데믹 때인 2020년 6월 이후 최악이었죠.

그런데 이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은 여유로웠습니다. 3~4일 이틀간 월가에서 우리 돈 1경 원 이상의 천문학적 액수를 증발시킨 트럼프 대통령.

폭락은 남의 일인 양 본인 소유의 플로리다주 골프 클럽에서 라운딩을 즐겼고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장은 때때로 약을 먹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체 무슨 약을 먹인 걸까요, 더 황당한 건 시장이 뭘 모른다는 태도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수장인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증시 폭락은 단기적인 반응이라고 평가절하했는데요. "시장은 지속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투자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과소평가한다는 주장이 맞을까요. 우리는 트럼프의 무엇을 모르고 있을까요. 1경 원 가량 증발시키고 골프치는 모습은 강철멘탈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분명 되새겨주는데요.

◇레이거노믹스? 트럼프노믹스?

이 멘탈의 바탕이 궁금했습니다.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정책의 학술적·사상적 근거, 강철멘탈의 뿌리가 궁금했습니다.

공급주의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 들어보신 개념인가요. 정말 단순하게 말해 '기업 살리기'입니다. 기업에 세 부담을 줄여줘 생산을 늘리게 하고,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이론입니다.

현대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대에 공급 중심 경제정책을 실행했는데요. 미국 경제호황을 이끈 '레이거노믹스'의 핵심 '기업이 돈 벌고자 뛰는 환경'이었죠.

레이거노믹스의 감세에 관세를 더한 게 트럼프노믹스랄까요.

트럼프가 감세 등 친기업적 정책을 내는 배경으로 비즈니스 실무경험이 꼽히는데요. 체계적인 이론을 갖춘 이들은 따로 있습니다. 행동파 트럼프 뒤를 '찐' 브레인들, 공급주의를 공부한 경제학자들이 받쳐주고 있는 거죠. "시장이 폭락해도 내가 옳아"라는 멘탈을 뒷받침해주는 책사들입니다.

'트럼프노믹스: 우리 경제를 되살릴 아메리카 퍼스트 계획'을 집필한 공급주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와 아서 래퍼를 아시나요. 스티븐 무어는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조세정책 등을 짠 경제 자문이고요, 아서 래퍼는 그 유명한 래퍼 곡선을 그린 경제학자로 레이건 행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자문했습니다. 트럼프 1기 때도 경제자문을 맡았고요. '공급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무어와 래퍼가 감세를 주장하긴 해도 시장에 '핵폭탄'이었던 관세를 적극 옹호한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무어의 경우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금 관세를 부각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캐나다·멕시코·중국과의 무역갈등 심화와 시장 불안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감세에 관세를 더한 트럼프노믹스를 설계한 또다른 공급주의자는 누구일까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는 트럼프 1기 때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맡았던 래리 커들로입니다. 커들로는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부국장으로 일했죠. 공급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던 시기를 이끌었습니다.

트럼프 2기 재무장관 후보자로도 거론됐으나 공직을 사양했다고 알려졌죠. 현재는 보수언론 폭스비즈니스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스피커인 그는 지난 2일 "관세가 경제적 번영으로 가는 길일 수 있다"며 "관세와 무역정책을 활용한 감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관세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기업과 개인의 세금을 깎아주고, 경제주체가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2기 실세도 공급주의자…엉터리 경제학일까

스티븐 무어, 아서 래퍼, 래리 커들로가 트럼프 1기 때 인물이라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게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2기를 이끄는 인물로 공급경제학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1기 때부터 무역정책을 주도하며 현재도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으로 활동하는 피터 나바로 역시 공급주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전통 공급주의를 넘어선 트럼프식 공급주의의 중심인물로, 바로 제조업체 부흥과 안보를 연결합니다.

나바로는 2025년 2월 언론 기고를 통해 수입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무역전쟁 이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조업 기반이 흔들린다면 안보가 흔들린다는 나바로는 어쩌면 '진짜 전쟁'을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이처럼 트럼프노믹스는 자유무역을 중시한 레이거노믹스와 달리 안보를 이유로 보호무역을 강조합니다. 일각에서 전통적인 공급주의 경제학으로 분류하지 않는 이유죠.

하지만 공급주의 경제학이 상품 공급을 통한 경제성장에 초점을 두고, 관세정책이 제조업 부활을 통한 공급 확대를 꾀한다는 점에서 공급주의 경제학과 결이 같습니다.

다시 말해 폭락에도 여유롭게 골프를 치는 트럼프의 강철 멘탈은 주변 경제책사들이 내세우는 공급주의 이론에 기대고 있는데요.

트럼프식 경제철학에 대해 진영을 막론하고 '엉터리 경제학'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 25%도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주먹구구식 계산법으로 산출된 숫자로 확인됐죠.

하지만 레이거노믹스도 초기엔 '주술 경제학(voodoo economics)'라고 불린 바 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의 회의론도 뒤로하고 감세정책을 추진했던 레이건은 임기 초기에 경기 침체를 겪었습니다. 그 뒤로는 1982년 말부터 1989년까지 재임기간에 경제성과를 달성했죠.

지금도 많은 전문가가 미국에 침체가 닥친다고 경고합니다. 이 경고가 현실이 되어도 트럼프노믹스의 장기 성과는 다를지 모릅니다. 물론 대재앙일 수도 있고요. 투자자라면 그저 경제학을 공부하며 앞으로의 변동성을 견디는 '강철 멘탈'을 다져지는 게 최선 같습니다.

yt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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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태

서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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