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지겨운 ETF '만년 2위'…미래에셋운용 이준용의 선택

2025.04.17 14:52

읽는시간 4

URL을 복사했어요
0
[증권가 이모저모] 지겨운 ETF '만년 2위'…미래에셋운용 이준용의 선택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준용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지난 15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로보어드바이저(RA) 기자 설명회는 신상품 행사 이상으로 운용업계 이목이 쏠렸다. 업계 선두를 다투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신경전이 한창 고조됐기에, 환영사를 맡은 그의 발언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단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었다.

환영사 서두에서 자신이 직접 설명회에 왔다는 점은 미래운용이 신상품인 RA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정으로 치달은 경쟁에 한 발 더 들어가지 않았다. 작년 경쟁사를 공개 저격했던 것과 달리, 이 부회장은 오로지 자사 RA인 '엠로보(M-ROBO)'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데에 집중했다.

전체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타사와의 상품 경쟁을 넘는 설전이나 신경전으로 비칠 만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운용업계는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에 혈안이 된 상황이었다. ETF 점유율 차이를 시시각각 중계하는 '경마장식' 행태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비슷한 ETF 상품이 쏟아지고 과도한 분배금과 보수 인하 경쟁 등으로 피로감은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ETF 과열경쟁으로 틀어진 청중의 관심을 돌려세웠다.

이로써 국내 종합 운용사 최초로 출시한 RA인 엠로보를 향해 초점이 맞춰졌다.

이러한 전개는 국내 ETF 시장의 '만년 2위'라는 미래운용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의 무한 경쟁이 아닌 과감히 '미래'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ETF로 대표되는 단기적 점유율 경쟁은 한정된 시장의 파이를 두고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깃데이트펀드(TDF)와 퇴직연금의 RA 등 새로운 시장이 동시에 탄생하고 있다.

특히 RA는 미래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과 접점이 맞닿아있다.

이는 알고리즘에 기반해 투자자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자동 생성하고 그에 따라 운용을 지시한다. 미래운용은 퇴직연금 투자자에게 '초개인화' 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RA 시장을 38조 원으로 추산한다.

이 부회장은 엠로보 출시를 통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AI 기반 투자일임 서비스를 선점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RA 설명회 자리에 직접 등장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말처럼 미래운용은 퇴직연금 부문 최강자다. 과감하게 현재 수준의 경쟁에 머무는 것이 아닌 미래의 시장을 발굴하고 경쟁하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미래운용은 글로벌 운용사를 통해 AI 운용에 오랜 경험과 숙련된 운용 역량을 쌓아왔다. 글로벌 ETF 운용 규모는 200조 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위상과는 다른 체급을 자랑한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계한 AI 기반 운용역량으로 엠로보의 차별화된 수익률을 제공하겠다"고 짚으며, 이때 유일하게 타사를 직접 언급했다.

불필요한 경쟁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명확했다. 이번 엠로보라는 신상품을 통해 국내 ETF의 '만년 2위'라는 프레임을 벗어나는 전략일지 주목된다. (증권부 노요빈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로보어드바이저(RA) 기자 설명회에 참석한 이준용 부회장





ybnoh@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노요빈

노요빈

돈 버는 증권 정보 더 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