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이 돌아가는 공장…LG이노텍이 반도체기판을 만드는 법
축구장 3개 면적에 작업자는 드물어…"최고 수준 자동화"
생산 데이터 학습한 AI로 불량 잡고 설비 구축 전 시뮬레이션
(구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여기 공장은 이물과의 싸움이라고 보통 얘기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 두께 10분의 1짜리 이물들로 인해 불량이 발생하거든요."
LG이노텍[011070]은 지난 17일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를 생산하는 경북 구미4공장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FC-BGA란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고밀도 패키지 기판을 말한다. 반도체 성능 향상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출처: LG이노텍]
두 겹의 장갑과 마스크, 방진복으로 중무장한 기자들을 생산라인으로 안내한 박준수 LG이노텍 FS생산팀장은 "구미에 신공장을 구성하면서 종래 자동화의 개념을 넘어서는 '비욘드 오토메이션(Beyond Automation)'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지난 2022년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LG전자[066570]로부터 구미4공장을 인수해 축구장 3개 이상 크기(2만6천㎡)의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를 구축했다. 드림 팩토리란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로봇, 디지털 트윈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업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를 말한다.
LG이노텍은 작년 2월부터 FC-BGA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먼지 한 톨 없는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눈에 띈 것은 작업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장비 유지·보수를 하는 직원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LG이노텍은 드림 팩토리의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해 작업자와 실패비용, 사후보전 손실, 안전사고 등 생산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네 가지 요소를 제거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라인 내부에서는 작동 중인 설비 사이로 자동로봇(AMR) 수십 대가 쉼 없이 원자재와 공정이 완료된 제품을 나르고 있었다. 배터리 충전까지 알아서 하니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출처: LG이노텍]
사람이 직접 자재를 집어넣어야 하는 설비를 자체적으로 개조해 자동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부분도 관찰됐다.
박준수 팀장은 구미4공장에 근무하는 정확한 작업자 수를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업계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모든 설비에 설치된 센서는 하루에만 20만개 이상의 파일, 100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생산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LG이노텍은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학습하는 AI를 검사 시스템에 적용해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미세 불량을 단 30초 안에 감지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제품 하나하나에 수많은 공정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바코드도 부여했다. 이로써 불량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해 실패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모든 생산 과정은 실시간으로 공장 전체를 살피는 라인 모니터링 시스템(LMS)에서 한눈에 관리되고 있었다. 통합관제센터 한쪽 벽면에는 설비 현황과 제품 이동, 재고 상황, 생산 실적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출처: LG이노텍]
LG이노텍은 이 같은 공정 설비를 구축하기 전에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최적의 조건을 찾아 램프업(양산 초기 생산능력 확대) 기간을 기존 대비 절반 가까이 단축했다.
LG이노텍은 현재 드림 팩토리를 기존 대비 50% 수준의 인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무인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박준수 팀장은 "단순히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설비가 자체적으로 판단, 스스로 작업 조건을 변경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LG이노텍]
hskim@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