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에 211억 자사주 처분한 솔루엠, 주주가치 역행 논란

2025.04.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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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에 211억 자사주 처분한 솔루엠, 주주가치 역행 논란

전성호 대표, 자사주 매입해 지배력 강화…일반주주 지분 희석

"RCPS, 경영권 방어 도움" 발언에 "이해충돌 인식 없어 문제"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전자부품 기업 솔루엠[248070]이 최대주주인 전성호 대표이사에게 자사주를 처분한 것을 두고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

기준주가에 할증을 적용했지만 취득단가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넘긴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솔루엠은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실천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성호 솔루엠 대표이사

[출처: 솔루엠]





◇ 자사주 처분이 사실상 소각이라니…"배당·의결권 포기하면 성립"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솔루엠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보유한 자사주 118만9천315주(발행주식수의 2.43%)를 전 대표에게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1만7천750원, 총처분 규모는 211억원이다.

솔루엠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전 대표에게 처분하자 주주가치를 훼손하면서 최대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는 6월 거래가 마무리되면 전 대표의 솔루엠 지분율은 14.60%에서 17.03%가 된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자사주는 매입한 시점에 소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자사주를 매입한 주체가 최대주주라고 해서 문제가 경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솔루엠의 자사주 처분에 대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여러 규제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솔루엠이 그간 신탁계약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단가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처분하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솔루엠은 2021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뒤 지금까지 네 차례 신탁계약을 체결해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지난 9일 역대 최저 종가인 1만3천940원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회사의 자사주 취득 평균단가는 이번 처분단가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2023년 하반기 솔루엠 주가는 3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2021년 상장 이후 솔루엠 주가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솔루엠은 이번에 전 대표에게 자사주를 처분한 것이 회사의 기회 및 자산 유용을 금지한 상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처분가격도 법률자문사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솔루엠은 "전 대표가 현재 최대주주로 등재돼 있으며 회사 주식 매입 이력이 있다"며 "자사주 처분가액은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 기준을 통해 신규 발행에 준해 산정한 값에 3% 할증하는 등 합리적으로 산정했다"고 그 이유를 제시했다.

아울러 자사주를 다른 기관이나 투자자에게 팔 수도 있겠지만, 현재 거래되는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히 적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전 대표는 전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에 투자 재원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사주를 처분하지 않고 소각했다면 회사에 유입되는 현금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단가에 대해 전 대표는 "최저가에 비하면 굉장히 높게 주고 사는 것"이라며 "높은 이자를 내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서 산다"고 말했다.

솔루엠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번 자사주 처분이 "사실상 소각에 가까운 행보"라고 자평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사실상 소각'이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최대주주는 이번에 가져가는 자사주에 대해 앞으로 배당과 의결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루엠

[출처: 솔루엠]





◇ 소액주주연대 "뒤통수 크게 맞은 기분"

솔루엠이 국내 금융사를 상대로 최대 1천4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전 대표가 전날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부적절한 인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사익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인데,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정도로 이해충돌과 시장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 큰 문제"라며 "상장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수많은 주주로부터 투자받은 최후의 책임자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솔루엠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한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의 자사주 처분과 RCPS 발행 계획에 반발했다.

이홍 솔루엠 소액주주연대 주주대표는 "사측에서는 남은 자사주를 연내 소각할 것처럼 이야기해왔는데, 뒤통수를 크게 맞은 기분"이라며 "최대주주가 시장에서 저만큼의 주식을 매입했다면 주가가 20~30%는 오르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들의 자본을 이렇게 쉽게 뺏어가게 만든 구조가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솔루엠 주가는 전날 1.29% 하락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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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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