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거버넌스 회장 "밸류업 용두사미…새 정부, 상장사 밸류업 의무화해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자본시장 거버넌스 7가지 제언 발표
"밸류업 주체 이사회…한화그룹 미참여·삼성그룹 대거 불참"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국내 자본시장의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방안으로 밸류업 계획을 모든 상장사에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제금융계에서 한국 투자의 최대 걸림돌이 되는 투자자 및 주주 가치 보호가 부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22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여의도 콘래드호텔 5층 파크스튜디오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자본시장의 7가지 제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현재 도입된 밸류업 정책은 계획과 취지가 훌륭했지만, 차기 정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 제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밸류업 계획은 그 취지나 가이드라인이 훌륭했는데 용두사미에 그쳤다"며 "모든 상장사가 밸류업에 참여하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 등 유관기관의 추진력이 부족했다"며 "한화그룹은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고, 삼성그룹도 삼성화재를 제외하면 참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밸류업의 주체로 이사회를 꼽았다. 이사회가 특정 지배주주의 이익을 대표하는 게 아닌 주주 전체의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구체적으로 이사 임기를 1년으로 매년 재신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생각이 다른 걸 문제로 생각하거나,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며 "이걸 조화롭게 풀어가는 게 이사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상증자 이슈에 대해서도 이사회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가치 희석 문제에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다면 독립위원회를 만들면 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논란에 대해 "객관적인 의견을 청취하고 판단하도록 이사회는 이런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주주와 회사 모두 피해 보는 韓기업…"투자 조달 역량 약화"
이 회장은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건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의 경우 기업의 주가에 따라 자금 조달 역량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삼성 SDI의 경우 17%를 증자해 납입대금으로 1조7천억 원을 모았지만, 경쟁사인 BYD는 소규모인 4%를 증자해도 8조2천억 원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BYD는 시가총액이 220조 원이고, CATL은 230조 원이다. 반면 삼성 SDI의 시가총액은 13조 원에 불과했다.
그는 "BYD는 꼭 필요한 돈을 조달하면서, 주식 비중을 희석하는 양이 많지 않았기에 오히려 증자하고도 주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국내 기업은 시가총액과 같은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측면에서 저평가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 10대 우량회사를 꼽은 MSCI ACWI Quality index의 경우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는 포함됐지만, 삼성전자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은 거버넌스 차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장은 "(MSCI Quality index는)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 수익성을 기준으로 기업을 선정한다'며 "TSMC가 기술력뿐만 아니라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과 철학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SMC는 분기마다 이사회를 2박3일 개최한다'며 "보통 두 회사 기술력만을 비교하나, 근본적인 차이는 거버넌스에 대한 욕망과 실천에 있다"고 덧붙였다.
◇ 이용우 전 국회의원 "새 정부 들어서면 상법 개정될 것…출발점"
오는 6월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상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배임죄 개선 방안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이자 전 국회의원은 배임죄에 대한 민사적 해결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시절 상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다.
이 대표는 "당연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상법 개정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건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임죄에 대한 법적 판단을 형사적 관점에서 민사적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와 같이) 독일하고 일본은 대륙법 전통이 있다"며 "배임죄 형사법이 있는데 배임죄는 민사가 우선이다"며 "민사에서 다루고 아주 심각한 경우에만 형사는 보완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보충성의 원리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상당히 중요하다"며 "배임죄가 형사로 가면, 소추를 검사만 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이 소추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배임죄 적용이 결정되면서 일반주주보다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의) 법무실에 검찰 출신이 많은 이유는 검찰의 배임죄 소추 권한에 있다"며 "하나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사 소송은 증거제시 절차를 두고 있다며 "재판에 증거제시 절차가 있어 조정 절차가 빠르다'며 "재판이 빨라지면 피해 회복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 가중도가 줄어들고 민원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에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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