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조정에도 끄덕없는 서학개미…레버리지 ETF·테슬라 폭풍매수
이달 22일까지 43억 달러 순매수…역대 월별 최고치 경신 가능성
한은 이례적 경고에도 매수세 이어가…상당수 손실 추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미국 증시가 뚜렷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국내 개인투자자(이하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사자' 행렬은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기술주 대표주자인 테슬라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지며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집계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43억 달러(약 6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월 40억 달러 대비 약 5.7% 증가한 수치로, 월말까지 집계 시 역대 최고치인 45억 달러(2021년 1월)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S&P500 지수가 2월 고점 대비 12% 이상 하락하는 등 조정장이 펼쳐졌지만, 서학개미들은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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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고수익"…3배 레버리지 ETF·테슬라 집중매수
서학개미들이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반도체 섹터에 3배 레버리지를 적용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였다. 순매수액이 14억8천700만 달러(약 2조1천억원)에 달했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로, 7억100만 달러(약 1조7천억원)를 순매수했다. 나스닥 100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가 4억5천400만 달러로 3위를 차지했고, 테슬라 일일 수익률의 2배를 따르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ETF(TSLT)'가 3억3천690만달러로 4위에 올랐다.
상위 10개 종목 중 레버리지 ETF가 4개는 포함되어 있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학개미픽' 담은 ETF도 조정 영향권…지수보다 낙폭 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동향을 반영해 구성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 ETF 역시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KODEX 미국 서학개미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투자하는 미국 주식 상위 25개 종목을 편입하며 한국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 예탁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다.
이 ETF는 지난 2월 18일 1만9천15원으로 고점을 형성한 이후 미국 증시 조정과 맞물려 하락세를 지속했다. 전일 종가는 1만4천920원으로, 고점 대비 약 2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하락률(약 -12.5%)은 물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 지수 하락률(약 -16.7%)보다도 더 큰 낙폭이었다. 서학개미들이 선호하는 특정 기술주에 대한 높은 집중도가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풀이됐다.
◇조정기에도 서학개미 강한 매수세…과거 패턴 보니
최근 미국 증시 조정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행렬은 이어졌지만, 과거 투자 패턴을 고려할 때, 이같은 매수세가 조만간 꺾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학개미들은 시장 초기 조정 국면에서는 강하게 매수하지만, 하락장이 길어지면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매수 강도가 현저히 약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증시가 조정장에 접어들었을 당시에도 초기에는 강한 매수세가 나타났지만, 증시 하락이 지속되자 순매수 규모는 점차 감소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 주식을 순매도로 전환하기도 했다.
2023년 증시가 반등한 시점에도 서학개미 순매수세는 이전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 증시가 다시 조정 양상을 보이자 매수세가 살아나는, 조정장 초입에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패턴이 다시 관찰된 것이다.
이처럼 조정기에 집중된 매수 특히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한 투자는 최근 투자자들의 평가 손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KODEX 미국서학개미 ETF가 2월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한 점 등을 고려하면 최근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선 서학개미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이례적 경고 들었다면…현실이 된 '쏠림'의 위험
이러한 서학개미의 공격적 투자와 특정 자산 '쏠림' 현상에 대해 최근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달 말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잔액 급증, 이 중 미국 주식 비중 90% 이상 집중, 상위 종목 쏠림,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투자 선호 등을 지적했다.
특히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큰 손실을 볼 경우 원금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분산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연간 -40% 평가손실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S&P500 지수 추종 ETF에 투자해도 원금 회복에 최소 8.6년이 걸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은의 경고 이후 약 한 달간 미국 증시는 추가 하락세를 보였다. 한은의 경고 이후 나스닥 종합 지수는 6.7%, S&P500 지수는 5.9% 추가 하락했다.
특히 서학개미들의 투자 성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는 같은 기간 11.6%나 급락하며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이해하지만, 조정의 기간과 깊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시기에는 레버리지 ETF의 높은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각자의 위험 감내 수준에 맞춰 지수 추종 ETF 등으로 보다 안정적인 접근 전략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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