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후순위 대출로 '갭투자'…정부가 판 깔아줬다

2025.04.25 11:07

읽는시간 4

URL을 복사했어요
0
생애 최초 후순위 대출로 '갭투자'…정부가 판 깔아줬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서울의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 10억원, 후순위 대출 6억원, 자기자본 4억원으로 구매했다.

A씨가 후순위 대출 6억원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LTV 비율이 80%인 데다 후순위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의 후순위 대출을 이용한 갭투자가 역전세 대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2022년 LTV 80%로 완화…후순위대출도 허용

25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공개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 등) 소유권 매매 이전등기 통계를 연합인포맥스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총 41만7천989명으로 40%대에 진입했다.

10명 중 4명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라는 의미다. 해당 비율이 40%를 넘은 것은 2010~2013년 이후 처음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수는 전국 기준 2022년 30만명대로 전년의 51만명대에서 큰 폭으로 줄었으나 2023년 35만8천명, 2024년 41만7천명대로 계속 증가했다.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구매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본력이 약한 생애 최초 주택구입이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 구입에 따른 금융 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63.7로, 전 분기(61.1)보다 2.6포인트(p) 상승했다. 이 지수가 반등한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57.9로 전분기보다 7p 올랐다. 해당 지수는 지난해 2분기 147.9로 7분기 연속 하락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개 분기 연속 반등했다. 그만큼 서울의 주택 구입 부담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2022년에는 3만8천명에서 2023년 3만5천명대 수준으로 유지되다 2024년 들어 4만8천명대로 37%가량 늘었다. 지난해 서울의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체 주택 구매자도 14만명 수준으로 전년 10만명 수준에서 40%가량 늘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갭투자와 결합한 생애최초주택 구입을 주목하고 있다.

고액 전세를 끼고 있어 자본부담이 낮은 주택을 중심으로 대출규제가 느슨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이 같은 방식을 장려하고 있는 것도 주목하는 배경이다.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매하려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최대 50%까지만 적용된다. 집값의 절반만 빌려준다는 뜻이다. 비규제 지역에서도 LTV는 최대 70%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은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난 2022년 8월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해 LTV를 주택 가격의 80%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LTV 상한이 60~70%였다.

대출한도는 6억원, 선순위 세입자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제는 없다.

예를 들어 20억원대의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생애최초주택 구매자가 있다고 하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정을 적용하면 대출이 안 된다. 하지만 해당 주택에 세입자가 10억원의 보증금을 내고 거주한다면 소득 요건을 맞춰야 하지만 최대 6억원의 대출을 받고 4억원의 자기 부담으로 구매할 수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무주택·1주택자에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도 풀어줘

지금은 지구지정 해제로 의미가 사라졌지만 지난 2023년 정부가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해 고가 주택 대출금지를 풀어준 것도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줬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에 투기과열지구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출 규제 완화 기조로 2022년 10월에 투기·과열지구에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이듬해부터 무주택자·1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채상욱 커넥티드 대표는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해 LTV 비율을 80%로 완화한 데 이어 10월에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하면서 무주택자들의 갭투자가 늘었다"라고 지적했다.

채 대표는 "생애 최초 구매자의 비율이 주택 가격 상승과 규제 등으로 내려가는 것이 맞지만, 시기적으로 생애 최초에 대한 금액 기준을 완화하면서 거래가 트이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한쪽으로는 대출 규제를 한다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규제를 완화해 대출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실거주 의무를 피해 갈 수 있는 장치가 추가된 것도 문제였다.

정부가 시행 중인 상생임대인제도는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시 전세금을 5% 이하로 인상하고 2년 더 계약 연장할 경우 실거주의무 2년을 면제하고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이를 2026년까지 2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의 주택 거래가 2월과 3월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해당 시기 생애 최초를 활용한 거래도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1월 주택 매매 거래는 6천62건에서 2월 1만214건(68%↑), 3월 1만4천577건(43%↑)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3차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는 등 가계 대출 관리에 힘을 쏟겠다는 기조다.

그러나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이 같은 정책이 지속되는 한 가계대출 관리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ysyoo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윤영숙

윤영숙

돈이 보이는 부동산 더 알아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