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카카오 매각 유명무실되나…1천억 차익 '유심 교체' 비용
차입 상환 기조 속 '재무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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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SK텔레콤[017670]이 지난 2019년 카카오와 협력을 약속하며 취득했던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952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SK브로드밴드 인수와 인공지능(AI) 투자 등 자금 소요에 대응한 조치다.
다만, 최근 발생한 고객 정보 유출에 따른 유심 교체 비용에도 최대 1천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카카오 지분 매각으로 얻는 실질적인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날부터 전국 T월드 매장 2천600여 곳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다.
SK텔레콤 측이 현재 보유한 유심은 약 100만개로 알려졌다.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현재 통신 가입자 2천300만명과 회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을 합해 최대 교체 수요는 2천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유심 교체 수요와 유심 가격 7천700원을 고려하면 최대 약 1천700억원가량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 지분 매각 차익과 정보 유출에 따른 단순 손실액을 비교하면 카카오 매각으로 얻는 현금이 고스란히 교체 비용에 쓰이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최근 SK브로드밴드 인수 마무리와 AI 투자, 주주환원 등 자금 수요가 매우 크다.
오는 5월 14일에는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태광산업[003240]으로부터 SK브로드밴드 지분 25%를 1조1천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완료하는데, 이에 맞춰 잔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
2030년 매출 30조원 가운데 AI 관련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신사업 투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2026년까지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일회성 손익 제외)의 50%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고객 정보 유출 사고로 SK텔레콤에 재무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SK텔레콤은 SK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기조에 회사채 발행에 대한 부담마저 느끼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우수한 수익창출력을 감안할 때 자체 창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바탕으로 상당 부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도 통신 가입자의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다.
이번 정보 유출 사고로 2천500만명에 달하는 통신 가입자에 이탈이 발생할 경우 모든 밸류업 계획에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이날 주가에도 매도 압력을 넣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주식종합(화면번호 3011)에 따르면 이날 오전 SK텔레콤 주가는 전일 대비 4.33% 내린 5만5천400원에 거래됐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 주가는 각각 2.39% 오른 5만1천400원, 2.96% 오른 1만1천800원에 거래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카카오 지분 매각을 선택한 것은 차입을 줄이는 그룹 기조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많다"면서 "SK텔레콤도 차입금을 적극적으로 상환 중인데 이번 정보 유출 사고로 손실에 따른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jwchoi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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