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페이스북 캡처]
하나카드, 출범 10년 점유율 '후퇴'…후발주자의 서러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허동규 기자 = 하나카드가 외환카드와 통합 출범한지 10년을 맞은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후퇴하는 등 시너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업황 부진이 심화하는 환경적 요인 외에도 히트상품 부재, 중하위권 사업자로서의 규모의 경제 한계, 잦은 수장 교체에 따른 경영 연속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점유율 6%대까지 하락…목표에서 멀어져
2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지난해 국내·외 개인·법인 신용카드 취급액(할부 포함, 구매전용 제외) 기준 시장점유율은 8.67%로 비씨카드를 제외한 전업계카드사 가운데 최하위였다.
개인 신용판매 실적 기준으로도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6.78%로 4년 연속 6%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소속으로 있는 NH농협카드의 실적까지 더할 경우 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점유율은 5.91%까지 떨어졌다.
하나카드는 2015년 12월 외환은행 신용카드사업부문과 하나SK카드가 합병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합병된 하나카드는 회원수 520만명, 자산 7조원 규모의 중견 카드사 모습을 갖췄다.
출범 당시 하나금융지주는 새로운 ICT 기반 모바일결제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며 10년 후인 올해까지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산비, 콜센터유지비 등 중복비용 절감 등을 통해 통합 3년 후부터는 연간 75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포함해 매년 1천600억원의 개선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중상위권 카드사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하나카드는 출범 후 2년차까지는 시장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리며 우리, 롯데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위권 삼국지' 시대를 여는 듯 했으나 이후 개인 신판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대표 상품 부재에 잦은 CEO 교체…비용도 부담
시장에서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통합하면서 정체성이 희석된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외환카드는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발급한 국내 카드사의 역사다. 반면 하나SK카드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공동경영을 목표로 '금융과 통신의 융합' 모델로 키우려했던 전혀 다른 DNA를 가지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는 데 있어 화학적 결합에 상당 시간이 걸리는 등 적지않은 진통을 겪으면서 성장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또 국내 시장에서 고객을 유인할만한 히트 상품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과거 외환카드가 2011년 출시한 '크로스마일카드'는 파격적인 항공 마일리지 혜택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하나카드 출범 이듬해 수익성 타개 등을 위해 신규발급이 중단되면서 사라졌다.
'외환2X카드' 역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많은 고객을 유입했던 상품이나 같은 이유로 단종시켰다.
카드사 관계자는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카드가 크게 히트를 쳤지만 국내 시장에서 어필할만한 상품이 없다는 게 아쉽다"면서 "중하위권 카드사가 시장점유율을 1%라도 높이기 위해선 그만한 초기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고경영자(CEO)가 1~2년에 한번씩 바뀌는 것 또한 사업 안정성과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카드는 통합 이후 10년 간 CEO가 5명이나 교체됐다. 정수진 전 사장을 제외하고 임기 2년을 넘긴 CEO가 없다.
반면, 삼성·신한·현대 등 주요 카드사 대표들은 대부분 연임에 성공하며 최장 4~5년씩 수장을 맡으며 회사를 이끌었다.
카드업계 한 임원은 "은행계 카드사의 특성상 지주사의 지배구조에 따라 CEO가 바뀔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임기 내 성과 달성에 집중하며 단기 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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