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대차는 왜 하츄핑을 영입했을까
(고양=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키드플루언스(Kidfluence)' 마케팅의 끝판왕이 등장했다. 성별을 불문하고 한번 맛보면 파산까지 이르게 한다는 '티니핑'이 가정의 달을 맞아 현대차그룹의 협업 파트너로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남녀노소를 맞이했다.
지난 4일 오후 2시께 방문한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이미 티니핑에 점령당한 모습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건축회사 DMMA가 설계했다는 명성이 무색하게, 외관은 이미 레이싱복을 입은 하츄핑과 깡총핑으로 뒤덮여있다.
문이 열리고, 웰컴 투 티니핑 월드다. 여기가 언제 모터스튜디오였던가. 천장에 둥둥 떠다니는 깡총핑과 하츄핑 대형 풍선, 그리고 곳곳에 설치된 체험 시설은 미취학 아동은 물론 성인까지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촬영: 김경림 기자]
이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개된 영상을 봐야한다. 현장에 설비된 '영화관'에서도 볼 수 있다.
'전설의 깡총핑'을 대표 주자로 두고 있는 현대차 레이싱팀은 신예 하츄핑 선수를 영입한다. 하츄핑은 비록 이 업계에 발을 들인지는 오래되지 않지만, 든든한 팀워크와 날렵한 코너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깡총핑과의 경기에서 하츄핑이 밀리는 것은 단 하나. 기술력이 떨어지는 차체이다.
깡총핑은 티니핑과의 정정당당한 경기를 위해 몰래 자신이 타고 있는 아이오닉5N의 플랫폼, 'E-GMP'의 설계 도면을 던져주고 간다.
최신 전기차 도면을 손에 넣게 된 하츄핑과 팀은 새로운 차체 개발에 성공하고, 마침내 둘은 친구가 된다.
[촬영: 김경림 기자]
현대차그룹이 유스마케팅을 진행한 적은 이전에도 로보카폴리나 또봇 등 다양하지만, 티니핑은 달랐다. 이미 영상에서부터 현대차의 기술이나 비전에 대한 뻔하고 지루한 광고 없이, '하츄핑과 깡총핑이 타는 차', 그리고 그 '플랫폼' 등으로 스며들었다. 영상을 보고 난 아이들이 체험까지 마치면, 기념품 가게에서 한대에 5만원에 이르는 티니핑x현대차 콜라보 장난감 아이오닉5N으로 손을 뻗친다. 어린이날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현대차그룹은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 마음도 잘 읽어냈다. 바로 상설 전시관이다.
상설 전시관에 들어서면, 제철부터 디자인까지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약 50분에서 1시간 동안 체험할 수 있다. 철강소에서 펠릿을 추출하는 과정부터 프레스 공정, 로봇을 활용한 차체 조립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직접 버튼을 눌러보며 흥미를 갖고 집중했다.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에어백과 첨단 안전 기술, 자율주행차 시승 체험, 수소차의 작동 원리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어른에게는 다소 익숙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신기한 아이들에게는 하나하나가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촬영: 김경림 기자]
또 캐스퍼부터 아이오닉,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 시리즈까지 다양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전시돼 있어, 부모들도 현대차의 패밀리카 라인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촬영: 김경림 기자]
이 어마어마한 전시에 들어간 비용은 얼마일까.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최소 2억원에서, 1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1개월간의 IP라이선스 사용료와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장난감 기획 및 이벤트 운영 비용, 홍보 및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해서다.
하지만 미래 잠재 고객들인 아이들에게 '자동차=현대차'의 공식이 주입됨으로써 얻어지는 가치를 고려하면, 이 정돈 '하츄핑 선수를 영입한 몸값'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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