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달러-원…관세협상發 '투기적 변동성' 주의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대만달러 급등 충격파에 1,300원대로 급락했지만, 결국 1,400원대로 다시 반등하는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미국발(發) 관세협상에 따른 외환시장 내 투기적 움직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과정에서 대만달러 뿐 아니라 중국 위안, 일본 엔 등 특히 아시아 주요 통화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경우 원화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통화를 타깃으로 한 투기적 자금 이동이 더해질 경우 변동성 수준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우려다.
7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5월 들어 불과 2거래일 만에 고점 대비 60.30원 떨어진 후 하락폭을 축소했다.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때 1,379.70원까지 저점을 낮추며 지난해 11월6일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휴 동안 달러-대만달러 환율이 10% 이상 급락했다 30대만달러선을 회복하면서 달러-원 환율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국 협상에 따른 투기적인 환율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단기간에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쌓여있던 달러 자산의 포지션을 줄이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말했다.
한 외환시장 베테랑 전문가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기간동안 쌓여있는 롱포지션이 컸다"며 "이번에 대만달러 강세에 달러 매도세가 몰린 것도 포지션을 털기 위한 빌미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FX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자산이 그동안 고평가되면서 시장을 견인한 측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에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울 때는 강달러 주의였지만 지금은 약달러를 선호하고, 현재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이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협상에 따른 환율 변동성에 대해 "(달러 약세) 트리거가 나올 때마다 투기적 수요로 한 번에 반영되지 않나 싶다"며 "환율 움직임이 강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우려로 그 속도가 더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연휴 동안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던 대만달러 변동성은 가라앉았다.
미국과 대만 간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대만 정부에 통화 절상을 압박했고, 대만 정부가 이를 용인했다는 관측에 흔들렸던 대만달러는 대만 당국이 해명하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가짜뉴스라고 언급하면서 일단락됐다.
대만달러 움직임은 그만큼 외환시장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제2의 플라자합의와 같은 통화 절상 이슈에 민감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에 앞으로 미국과 주요국의 관세 협상이 이어지면서 추가로 투기적인 환율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협상은 물론 미일 협상, 한미 협상까지도 아직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엔화는 달러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미중 관세 협상 기대에 오히려 143.30엔대로 상승했다.
위안화도 약세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7.18위안대에서 7.22위안대로 올랐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위안화 약세로 이어졌다.
따라서 미국과 주요 무역상대국의 협상 과정에서 투기적인 수요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반복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달러-원 환율이 또다시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그동안 매수 포지션을 쌓았던 기업이나 기관 물량이 유입될 여지도 있다.
대신증권 이주원 FX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이 빠르게 레벨을 낮춤에 따라 국내 기업 및 기관들의 달러 투매가 나올 수 있어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상반기중 대외 달러 약세 국면이 유지될 공산이 커 달러-원 환율 하향 안정화 흐름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달러-원 환율이 당장 추세적으로 급락을 지속하기 보다 단기적으로 속도 조절이 나타날 여지가 커 보인다"며 "대만달러 환율이 30대만달러 수준으로 반등했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도 하루 앞두고 있어 관망세가 유입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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