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펀드→통일펀드→뉴딜펀드→국민펀드…반복되는 정부주도 펀드

2025.05.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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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펀드→통일펀드→뉴딜펀드→국민펀드…반복되는 정부주도 펀드

이재명표 '국민펀드' 투자자로 연기금 언급…"수익률 누가 책임지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이 공개된 가운데 역대 정부에서 모두 실패로 돌아갔던 '정부 주도 펀드'가 새 간판을 달고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는 국가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국민펀드'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을 주요 투자자로 언급했다.

연급업계에서는 사실상 강제적으로 정부 정책에 연기금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권 바뀌면 수익률 '뚝'…"결과 누가 책임지나"

13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선 10대 정책공약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집중투자방안으로 국민·기업·정부·연기금 등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국민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펀드 구조 등 구체적인 구현 방법에 대해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은 "확정된 게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금업계에서는 역대 정부에서 출시했던 녹색성장펀드, 통일펀드, 뉴딜펀드 등의 간판만 바꾼 버전이라고 지적한다. 역대 정부에서 추진된 정책 펀드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등이 있다. 문제는 역대 정부의 정책펀드 가운데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 정책펀드의 연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전일 기준 최저 마이너스(-) 6.2%에서 최고 0.8%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정권 초기 때 반짝 인기를 얻은 뒤 정권 교체 후 외면받는 식이다.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 입장에서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인기가 사그라들 정책펀드는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않다.

연금 수급자의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연기금이 수익률 고민을 제쳐두고 정부 정책을 따르는 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한 담당자는 "특정 펀드에 투자하려면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 등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정부가 주도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건 옛말"이라며 "역대 정권에서 내놨던 펀드를 살펴보면 정부가 주도한다고 해서 원활하게 자금이 모이고 투자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이 주도하는 건 수익 자체보다 정책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건데, 따라간다고 해서 나중에 결과를 누가 책임져주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설립 취지·투자 범위 달라…"정부 자금 활용해야"

앞서 이 후보가 제시한 '한국판(K) 엔비디아' 구조를 고려하고 있다면, 설립 취지가 다른 연기금 자금을 끌어 쓰는 게 아닌 정부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3월 이 후보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유튜브 영상에서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한국에) 생기고 국민 지분이 30%라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며 한국판 엔비디아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또 "대만의 TSMC도 정부 투자 지분이 초기에 48%였다"며 "싱가포르 테마섹 등 국부 펀드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대부분 연기금은 국가 산업 발전이 아닌 회원들의 노후자금을 책임지고 운용하는 데 설립 목적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가 산업 발전이 아닌 국민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운용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관리·운용하도록 국민연금법 102조에 명시돼있다.

업계 다른 담당자는 "연기금 자금을 끌어다 쓸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세금을 거둬서 조성한 자금이라든지 정부 신용으로 발행한 채권을 통해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취지는 알겠지만 연기금은 투자 범위와 위험-수익 속성, 자금 용도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의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테마섹이 다른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현재와 미래 세대의 복지를 위한 국가의 부를 보존·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GIC는 해외 전역에 투자하며 안정적인 운용수익을 추구한다.

혁신과 성장에 투자하는 데 중점을 두는 테마섹은 싱가포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주요 국내 산업에 가장 큰 비중으로 투자하며 싱가포르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된다. 2010년부터는 글로벌 투자자로 도약한다는 전략에 착수하며 선진 시장 투자도 확대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성격이 다른 연기금인 GIC와 테마섹을 두고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며 "국민과 연기금 등이 투자자로 포함되면 환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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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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