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희석 최소화·신용등급…고민 드러난 포스코퓨처엠 유증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포스코퓨처엠[003670]이 오랜 고민 끝에 1조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오는 6~7월 신용등급 정기 평가를 앞두고 증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5천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포스코홀딩스는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신중하게 자금 규모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전날인 13일 1조1천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출처: 포스코퓨처엠]
◇ 2년 숙고 끝…그간 주가 급락 유증 발목 잡아
포스코퓨처엠은 유상증자 계획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밝혀왔다. 첫 언급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에는 포스코홀딩스가 지난달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금 조달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유상증자 대신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택하기도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취급된다. 발행액 6천억원 중 5천억원을 포스코홀딩스가 인수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기차 캐즘 등 업황 악화로 벌어들이는 돈은 적어지고 있지만, 설비투자 계획은 2027년까지 1조원 넘게 잡혀있다.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었음에도 유상증자를 오랜 시간 고민해 온 이유는 무엇보다 주가에 있다.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2023년 장중 70만원 부근까지 접근했는데, 그 후 내리막을 걸어 현재는 10만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상증자의 경우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아야 유리하다. 주가가 낮으면 같은 금액을 조달할 때 더 많은 신주 발행이 필요해 주주 가치 희석 정도가 커진다.
게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올해 들어 유상증자를 시도하던 기업이 금융당국의 제동과 여론의 뭇매를 겪은 점도 부담이었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우리사주조합 20% 우선 배정, 대주주 포스코홀딩스의 보유 지분에 대한 신주 배정 100% 참여를 고려하면, 시중에 풀릴 수식 수는 총발행 주식의 5% 내외다.
◇ 신용등급 정기평가 앞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숙고 끝에 이 시점에 유상증자를 결심한 배경에는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정기 평가가 다가오는 데에 있었다.
포스코퓨처엠의 일부 재무 지표가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위협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요인으로 영업이익률 5% 미만, 순차입금/EBITDA 4배 초과 등을 제시했는데, 포스코퓨처엠의 최근 지표는 이런 하향 조정 수준에 모두 부합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요인으로 총차입금/EBITDA가 8배 초과하는 경우를 제시했는데, 이 비율은 2023년부터 기준을 넘겨왔다.
이런 이유로 지표를 더욱 악화하는 회사채 발행, 차입 등을 통한 조달도 어려웠다.
문제는 올해 신용평가사 정기평가 기간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신용평가사들은 통상 6~7월에 포스코퓨처엠 등의 신용등급을 정기적으로 평가한다.
신용등급이 위협받으면 향후 회사채 차환 등 조달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 더 늦기 전에 증자가 필요했던 이유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신용도 하방 압력이 일정 수준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로 포스코퓨처엠은 한숨 돌린 셈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신규 회사채 발행 등 차입형 조달도 가능해질 수 있다.
◇ 신중함 엿보인 유상증자 규모
1조1천억원이라는 유상증자 규모에서도 신중함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들보다 유상증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다.
삼성SDI는 지난달 2조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K온은 1조5천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로 조달했다.
주주 가치 희석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규모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대 주주 포스코홀딩스가 유상증자에 100% 참여한 것도 투자자 신뢰를 지키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유상증자 이전에 피앤오케미칼 지분 전량과 구미 양극재 공장을 매각하는 등 비효율·불용 자산을 정리해 선행적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한편 전날의 유상증자 발표 이후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38분 전일보다 4.25% 내린 11만5천원에 거래됐다. 장 초반 6% 넘게 내렸다가 낙폭을 회복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제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아울러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면서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한 최적의 자금조달을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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