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칼럼] 대만달러에 원까지…美의 환율전쟁 속내는

2025.05.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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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대만달러에 원까지…美의 환율전쟁 속내는



(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환율전쟁이 진화하고 있다. 미국은 그 어떤 상대국과도 환율에 대해 공식적인 협상을 하지 않는데, 시장은 '달러 약세·상대 통화 강세'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이달 초순 대만달러화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 원화가 그 중심에 섰다.

14일 오후 늦게 한국과 미국의 실무진이 지난 5일(공교롭게도 대만달러화가 급등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환율 협의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화를 중심으로 대만달러와 엔 등 주요 아시아통화가 일제히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달러-원 환율은 20원 넘게 급락하며 1,390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15일 새벽에는 미국계 외신이 미국 무역협상팀은 외환정책 관련 약속(pledge)을 협정에 담지 않으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달러-원 환율은 다시 1,400원대 초반까지 반등했으나 재차 떨어지며 오전 현재 1,400원선을 다시 밑돌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아시아 상대국들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환율 압박에 나섰을 것이란 시장의 추정이 환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주요국과 벌이는 환율전쟁의 방식은 상당히 변화하고 있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만 해도 공식 채널(환율 보고서)은 물론 공개 발언, 성명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상대국의 통화를 압박했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주요 무역국들이 환율 감시대상국이나 환율 조작국으로 분류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킨다고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3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환율 개입에 관한 투명성을 높인다'는 부속 합의를 했다고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국 기획재정부가 FTA와 환율 문제는 별개라고 반박했지만, '투명성'이란 미명 하에 원화에 대한 미국의 공개적인 압박 사례로 평가된다.

지금과 비교하면 한국과 미국 정부의 입장은 뒤바뀐 듯하다. 미국은 이렇게 수면 위에서 수면 아래로, 뒤에 숨는 입장으로 변했다.

주요국의 통화 절상으로 미국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은 자명하다. 수입은 늘리고 수출은 억제할 수 있다. 달러 약세를 유도하면 자국의 제조업의 경쟁력에 특히 도움이 된다. 통화 절상 압박 강도를 조절하는 대신 무역협상에서 자신들의 다른 요구를 관철할 수도 있다.

과거와 달리 미국이 공개적인 환율 압박을 꺼리는 데는 최근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큰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달러 약세 기조를 선언하기에는 자국 통화의 글로벌 지위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크게 늘었다.

미국이 환율을 무역협상 전략의 일부로 활용한다는 시장의 의심은 굳건한 편이다. 다만, 미국은 이전보다 크게 교묘해졌다. 시장 심리를 조성하고 반응을 유도해 판을 키워가고 있다. (국제경제부 권용욱 기자)

미국 달러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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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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