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제도로 정보비대칭 해소 필요…부작용은 보완해야"

2025.05.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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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제도로 정보비대칭 해소 필요…부작용은 보완해야"

소송 당사자 간 정보비대칭 해소 기여…재판 왜곡 방지 가능

비용 증가·재판 지연·영업비밀 침해 등 부작용은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대부분 소송에서 증거가 어느 한쪽에 편중된 경우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시에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고 비용 증가와 영업비밀 유출 등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전날 여의도 한경협회관에서 '디스커버리 도입 필요성과 효과' 세미나를 열었다.

디스커버리란 소송 당사자가 재판 전에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증거를 요구·공개 받는 절차를 말한다. 영미법계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기업과 일반주주처럼 정보비대칭성이 큰 주체끼리 소송을 하면 한쪽 당사자만이 알고 있는 정보로 인해 재판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 디스커버리가 정보비대칭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디스커버리 도입 필요성과 효과' 세미나

[촬영: 김학성 기자]





발표자로 나선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해 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피해 당사자들의 피해 회복을 빠르게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이노베이션[096770] 사이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미국에서 진행됐던 이유가 디스커버리 제도의 유무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2017년 애플이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아이폰의 성능을 낮추도록 조작해 소송으로 번진 '배터리 게이트'를 예시로 들어 디스커버리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스커버리 제도 덕분에 애플이 2년 동안 760만장 이상의 문서를 공개했다면서 이 문서에는 사안을 알고 있을 만한 전현직 임직원의 이름과 연락처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디스커버리 제도가 정보비대칭 해소에 기여해 애플은 결국 5억달러 규모 배상금 지급에 합의했다.

같은 소송이 한국에서도 진행됐지만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재판부의 문서제출명령을 애플이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이 소송을 대리했던 김 변호사는 애플이 증거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고 측에 입증을 요구했다면서 "이것은 사법 모독"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판사의 역할이 소송 당사자 간 증거 교환과 심문 등 절차를 관리하며 자연스레 사실이 드러나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옮겨갈 것으로 봤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부작용을 통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기홍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는 "한쪽 당사자가 소지한 방대한 자료에 다른 당사자가 접근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평등하지 않은 절차가 될 우려가 있다"며 제도 도입 필요성을 인정했다.

동시에 그는 제재 강화나 문서제출명령을 위반했을 때 당사자의 주장이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통해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 판사는 디스커버리가 장단점이 분명한 제도라면서 비용 증가와 분쟁 해결 지연, 영업비밀 및 사생활 침해, 남용 가능성 등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로펌 켈로그핸슨의 한민석 파트너 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제도 활용에 현재도 비용이 상당한데 전자정보의 범위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비용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 단계로 진행될 만한 사건인지 법원이 미리 판단해 부담을 지우지 않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 운영한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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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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