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APEC 통상장관 회의 주인공 '美 그리어 USTR 대표'

2025.05.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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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APEC 통상장관 회의 주인공 '美 그리어 USTR 대표'



(제주=연합인포맥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의장으로서 제주를 찾은 21개국 통상 장관 및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과 릴레이 면담을 갖고 통상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다. 정 본부장의 일정표는 분 단위 양자 면담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면담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면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어 대표 만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2025 통상장관회의 개회식 직전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25.5.15 jihopark@yna.co.kr





지금 APEC 회의 현장에는 그 못지않게 바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다. 그리어 대표를 두고 "이번 APEC 회의는 물론, 지금 제주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APEC과 같은 다자회의에서 특정국 간 면담은 일정과 내용 모두 비공개다. 따라서 그리어 대표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지는 미국 측이 먼저 밝히지 않는 이상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

다만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 노출된 일정만 보더라도 그가 바쁜 것은 사실이다. 각국 통상 장관들의 면담 요청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의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뿐 아니라 인근 호텔에서도 수시로 회동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외신은 "참가국들이 원래 의제인 다자무역보다 그리어 대표와 만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5일 개회식 시작 전 짧은 여유 시간에도 각국 통상 장관들이 끊임없이 그리어 대표를 찾아와 말을 걸었다. 어떻게든 눈도장을 찍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실제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미중 양자 회담이 '제네바 합의' 이후 사흘 만에 성사됐다. 의미 있는 진전까진 없었다 하더라도 미중 무역 갈등 심화에 바짝 긴장했던 전 세계가 잠시 가슴을 쓸어내리는 계기가 됐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만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서울=연합뉴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6일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5.16 [HD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그리어 대표는 16일 오전 정기선 HD현대[267250] 수석부회장과 만나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방한 전부터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 한화오션[042660] 측과도 만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사흘 연속 미국 측과 관세 협의를 한다. USTR 대표단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여러 차례 접촉하며 최대한 협의하는 방향으로 '작전'을 짰다.

심지어 정인교 본부장을 넘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직접 나선다. 14일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그리어 대표 측과 업무협의를 했고, 15일 저녁엔 정 본부장이 그리어 대표와 만났다. 마지막 선수는 안 장관이다. 16일 오후 그리어 대표와의 회담을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오른다.

정부는 이번 그리어 대표의 방한을 성사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전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다자무역 촉진을 논의하는 APEC에 미국 통상 수장이 참석한다는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정인교 본부장은 "APEC 회의 참석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사안이 그리어 대표가 오는지 여부였다"며 "그리어 대표가 온다고 하니 원래 차관이 오려고 했다가 장관으로 바뀐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APEC 회의 흥행 측면에서 그리어 대표의 방한이 큰 도움이 됐다는 취지다. 정 본부장은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에 또 와야 하니 그때도 통상 장관들이 많이 올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APEC 회의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양자 회담의 장으로 변질되는 아이러니가 남기는 했다. 이번 회의는 다자무역 촉진에 관한 의제로 열렸지만, 미국의 이견으로 공동성명 발표가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그리어 대표를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더욱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어 대표가 이번 APEC 회의의 '숨은 주인공' 아닌 그냥 주인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통상당국 관계자는 "여러모로 이번 APEC 회의의 주인공은 미국 그리어 대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산업부 유수진 기자)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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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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