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용등급 강등] 서울채권시장, 어떻게 반응할까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과 관련해 서울채권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난 2023년 피치가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낮췄을 당시 서울채권시장은 약세로 반응했지만 충격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미국 달러 및 국채 자산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이전보다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디스는 16일(현지 시각)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에서 '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10년 이상에 걸쳐 정부부채 및 이자 지급 비율이 증가해 비슷한 등급의 국가들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반영한다"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1년, 피치는 2023년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각각 낮췄다.
◇ 2023년 피치 강등 소식 전해진 직후 약세 반응
피치의 미국 정부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진 2023년 8월 2일, 서울채권시장은 약세로 반응했지만 패닉에 이를 정도 충격은 아니었다.
이미 다른 신용평가사인 S&P가 신용등급을 낮춘 상황인 데다 피치의 등급 강등도 어느 정도 예고된 상황이어서다.
서울 채권시장은 새벽에 나온 강등 소식을 소화했다.
장 초반엔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채권 약세 폭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외국인이 10년 국채선물 매도 규모를 늘리면서 장기 구간으로 약세 압력이 커졌고, 수익률곡선은 가팔라졌다.
외국인은 10년 국채선물을 1만2천여계약 팔았다.
오후 들어선 10년 국채선물이 약세 폭을 줄였다.
국내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발표된 데다 낙폭 과다 인식에 저가 매수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2년과 10년 국고채 금리(최종 호가수익률 기준)는 각각 3.0bp와 6.6bp 상승하는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10년 국채 금리가 각각 4.87bp와 2.61bp 오른 것과 비교하면 서울 채권시장이 더욱 약했다.
이후 미국 10년 국채 금리는 2023년 10월19일 4.9877%까지 올라 고점을 찍었고 우리나라 국고채 10년 금리도 4.400%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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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뭐가 다를까…연준 대응 주시
이번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미국 자산 신뢰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생각보다 큰 충격을 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관세 부과에 공급 측면 인플레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장기 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과 이에 대한 시장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5일 "우리는 더 빈번하고 잠
재적으로 더 지속적인 공급 충격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일 수 있다"면서 "이는 경제와 중앙은행 모두에게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중 관세 합의가 이뤄지면서 위험이 완화했지만 되돌려질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장기 금리가 크게 치솟을 경우 연준이 대응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연준은 '최대고용'과 '물가안정'과 더불어 '장기 금리 안정'이란 멘데이트(책무)를 갖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다른 두 신용평가사가 이미 강등한 상황에서 나머지 한 곳이 낮춘 것이라 재료 자체만으론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며 "연준과 미국 정부가 얼마나 시장 우려를 완화할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미 국채 장기 구간에 약세 압력이 커지더라도 국내 민감도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미국만의 이슈로 미 국채 금리가 오른다면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며 "서울채권시장이 최근 약세 방향으론 미 국채를 덜 따라가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연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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