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현의 채권분석] 얼마나 덜 따라갈까
(서울=연합인포맥스) 19일 서울채권시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을 소화하면서 대외금리에 따라 일시적인 약세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주 후반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에서 '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무디스는 10년 이상에 걸쳐 정부부채 및 이자지급 비율이 증가해 비슷한 등급의 국가들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빅3' 국제 신평사 모두로부터 최고 신용등급을 박탈당하게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피치는 2023년 미국의 등급을 최고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린 바 있다.
특히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 과정이 지난주 중 진행되면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불거진 바 있는데, 공교롭게 무디스의 결정까지 맞물리면서 재정적자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 듯하다.
지난주 연방 하원 예산위원회가 공화당의 세제 법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한 결과 부결됐는데, 이르면 이번주 다음 표결이 있을 예정이어서 통과 여부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주말새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후행 지표이며, 이미 모든 것이 시장에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부채가 증가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것이며 그러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국내 장은 아시아장에서 미 국채 금리의 약세 폭에 주목할 듯하다. 재정적자 이슈가 현재진행형임을 감안하면 관련 우려가 예상보다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도에 따라 국내 장도 글로벌 약세에 연동되는 흐름을 단기적으로 피할 수 없을 수 있다.
다만 5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점점 다가오면서 최근 미 국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 간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어서 비교적 덜 밀리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에 따라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심리적 안정선인 1,400원선을 이미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채권시장에 추가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미 국채에 경계심을 높이는 요인이 하나 더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3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 순위가 3위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3월 기준 주요국의 미 국채 보유 순위에서 중국이 3위로 내려가고, 영국이 2위로 올라선 것으로 집계됐다.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은 여전히 일본이었다.
원래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미 국채 보유량을 꾸준히 줄여오는 추세를 이어온 바 있는데, 이처럼 영국과의 순위까지 뒤집힌 것은 다소 경계심을 높이는 요소이긴 하다.
그간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자산을 미중 관세 전쟁 판세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온 바 있다.
이번 수치는 3월 말 기준으로 지난달 미중 관세전쟁 격화 이후 중국이 취한 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셈인데, 그 이후인 지난달부터는 더욱 상당한 변화가 포착될지도 관건이다.
지난주 후반 주요 소프트데이터인 기대인플레이션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미시간대의 5월 소비자 설문조사 예비치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7.3%로 전달 확정치 대비 0.8%포인트(p) 급등했다. 198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향후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4%에서 4.6%로 높아졌다. 1991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0.8로 집계됐다. 전월 확정치 52.2에서 1.4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53.4)도 밑돌았다.
전 거래일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3.9bp 상승한 4.0040%, 10년물 금리는 4.8bp 오른 4.4830%로 나타났다.
이날 수급상 국고채 10년물 입찰이 2조5천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오전 중 중국의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된다.
(경제부 시장팀 기자)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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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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