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는 의미 있는 변화 끌어내는 핵심 도구"
글로벌 기관투자자, 장기 목표 달성 위해 '행동주의' 활용
英 자문사 스퀘어웰파트너스, 세계 상위 65곳 기관 분석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유수의 글로벌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재무적·비재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주 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도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행동주의적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주주 자문사 스퀘어웰파트너스는 최근 전 세계 상위 65개 기관투자자가 포트폴리오 기업에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 기관은 블랙록과 뱅가드그룹, 노르웨이국부펀드, 국민연금공단 등이다. 이들의 운용자산을 합산하면 약 91조달러(12경7천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상위 65개 기관투자자 가운데 행동주의를 의결권 행사 지침에 통합한 곳은 39곳(60%)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관은 이사 선임과 같이 이사회와 행동주의 펀드가 대립하는 의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 고려할 요소를 명시했다.
예를 들어 뱅가드는 회사의 최근 성과가 경쟁사에 비해 어땠는지, 현재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가 적절했는지, 이사회에 도전하는 측의 제안은 효과적인지 등을 평가한다.
기관투자자들은 행동주의가 수익률 등 재무적 목표뿐 아니라 거버넌스 개선, 이사의 책임 강화 등 비재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판단했다.
스퀘어웰파트너스는 "주주 행동주의는 투자자가 기업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고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내는 핵심 도구"라며 "투자자들은 행동주의 상황을 평가하는 방식을 구체화함으로써 장기적 목표에 부합하도록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1월 미국 산업가스 업체 에어프로덕츠를 상대로 표 대결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 맨틀릿지는 최대 70%의 찬성을 확보하며 다수의 이사를 선임했고,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했다. 에어프로덕츠의 1~2대 주주는 뱅가드와 블랙록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행동주의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주주관여 활동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조사 대상 65개 기관 가운데 15곳은 최근 3년 동안 단독 또는 공동으로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주제는 기후 위기 대응과 인권,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거버넌스 개혁 등 다양했다.
스퀘어웰파트너스는 "전통적인 장기 투자자들은 지속 가능성과 근본적인 거버넌스 주제를 다루기 위해 점점 더 행동주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이사회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상장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들이 나름의 논의를 거쳐 의안을 올리는 만큼 그 의사결정 체계를 존중한다는 의미다.
명확하게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민연금은 이사회 측 의안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이사회와 각을 세우는 주주제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또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에 유한책임사원(LP)으로 출자하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발표한 '새 정부 기업 거버넌스 개혁과제'에서 "국민연금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주식투자의 위탁 형태 중 하나로 책임투자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나, 주식의 소유권은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위탁받은 운용사는 운용만 담당하는 구조"라며 "주식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펀드는 국민연금의 승인 없이 독자적인 주주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에 LP로 참여하는 방식을 취해 해당 펀드가 독자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은 국부펀드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출자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알리 사리바스 스퀘어웰파트너스 파트너는 "학교 기금과 국부펀드, 연기금, 자산운용사까지 다양한 투자자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자금을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스퀘어웰파트너스는 보고서에서 미국보다 유럽의 기관투자자가 현재 상황을 변화시키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현 경영진과 이사회에 책임을 묻는 빈도는 운용자산(AUM)이 적은 기관일수록 많았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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