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美주식 '팔자' 행렬…5월 1.2조 순매도 전환 왜

2025.05.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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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美주식 '팔자' 행렬…5월 1.2조 순매도 전환 왜

증시 V자 반등에 '본전 심리'…日·홍콩도 열기 식고 자금은 MMF로 '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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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뜨거웠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최대 투자처인 미국 증시가 4월 조정을 딛고 빠르게 반등하자 그간 평가 손실로 자금이 묶여 있던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며 올해 첫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팔자' 움직임은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갈 곳 잃은 자금은 단기 피난처인 머니마켓펀드(MMF)로 향하고 있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해외 증시 투자자들(서학개미)은 미국 주식을 8억6천만 달러(약 1조2천40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 기록된 월간 순매도로 지난 4개월간의 공격적인 매수세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서학개미들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총 148억1천542만 달러(1월 40.8억, 2월 29.8억, 3월 40.7억, 4월 37.1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미국 주식에 쏟아부었다. 2023년 한 해 동안의 순매수를 넘어서는 규모다.

서학개미의 순매도 전환은 미국 증시의 극적인 반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은 지난 4월 2일 5,670.97에서 4월 8일 4,982.77까지 하락하며 12% 급락했으나, 이후 빠르게 회복해 5월 16일에는 5,958.38까지 치솟았다. 4월의 낙폭을 모두 만회하고 연중 최고치 경신을 넘보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평가 손실로 자금이 묶여 있던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회복하거나 소폭의 이익이 발생하자 매물을 내놓는, 이른바 '본전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주식 매도 움직임은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엔저 효과와 증시 활황으로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일본 시장은 4월부터 2억 달러 가까운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한 뒤 이달 들어서도 120만 달러 팔았다. 중국 부양책 기대감 등으로 2월부터 순매수 규모를 키웠던 홍콩 시장 역시 이달 들어 약 3천573만 달러 순매도를 기록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국내 상장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 ETF'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4월 말까지 약 352만 주를 순매수했으나, 5월 들어서는 16일까지 약 11만1천 주를 순매도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의 급격한 하락세도 해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4월 9일 1,484.10원까지 치솟았던 달러-원 환율은 불과 한 달여 만인 지난 16일 1,389.55원(주간 거래 종가 기준)까지 6.4%나 급락했다. 이는 해외 주식 투자로 수익을 냈더라도 환차손으로 인해 실제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처럼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갈 곳 잃은 자금은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로 몰리고 있다. 외화 MMF 잔고는 지난 4월 9일 1조1천770억원에서 5월 15일 1조6천446억원으로 한 달여 만에 약 39.7% 급증했다.

서학개미의 순매도 전환은 외환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세는 달러 수요를 꾸준히 발생시켜 달러-원 환율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이 자금이 순매도로 전환되면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서학개미 순매도 전환이 추세적인지 단기 숨고르기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월별 수십억 달러의 외화 수요가 사라지면서 달러-원 하방 베팅은 더 편해졌다"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 개입으로 달러-원 낙폭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외환시장 전문가도 "미국과의 환율협상 소식 등이 한국에서 전해진 것을 보면 외환당국이 환율을 낮추고 싶어 한다는 해석이 많다"라며 "역외에서는 달러-원을 1,300원까지 보는 베팅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이브로 미국 주식 순매수 데이터

세이브로, 연합인포맥스





ks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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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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