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기 전 목표 비축량은 채웠지만, 유럽은 아직 에너지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에너지난이 이미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작동하던 에너지 공급망이 유로존 전체에서 재편되는 과정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하는 수입선을 찾는 일뿐 아니라 이를 운송, 저장, 가공하는 설비 및 장비의 교체와 대규모 신규 인프라 건설을 요한다. 그 과정에서 당장 사용할 물량 확보도 병행되어야 하는데, 과도기에 발생하는 고비용의 부담이 2023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1) 무역 적자와 교역조건의 악화
무역 적자는 급격히 쌓이는 중이다. 치솟은 에너지 가격의 부담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고, 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출 가격 하락과 수입 가격 상승도 적자폭을 심화시켰다. 무역 적자가 환의 약세와 맞물리면서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형성했다.
유로존에서 생산해 해외로 판매하는 수출 가격 대비 해외에서 사오는 수입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유로존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아직은 유로존의 GDP 성장률이 비교적 견조하게 버티는 모습이지만, 이는 ‘생산량’의 증가분이며 ‘소득’을 기준으로 한 실제 구매력은 이미 이보다 더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은 구매력 이전에 따른 역의 소득효과가 2023년 유로존 소비를 침체시킬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