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알바니아의 해변은 번잡하지 않고 청정하다. 티라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두러스는 알바니아 최대 항구도시이자 무려 3,000년 역사를 품은 고대도시다. 비록 관리 부실로 허물어진 부분이 많지만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그 역사를 대변한다.
두러스의 해변은 수심이 얕아 가족단위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파도도 말이 없을 만큼 잠잠한 바다에 뛰어든 아이들의 해사한 웃음소리가 한적한 백사장 위를 맴돈다.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를 보내기에 알맞은 휴식처다.
반면 알바니아 남부 해안에 자리한 사란다는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를 보내기 아깝지 않을 만큼 화사한 휴양지다. 우선 날씨가 화창하다. 연중 300일 이상 내리쬐는 태양으로 언제나 따사롭고, 지천으로 자라는 올리브나무와 오렌지나무는 여느 지중해 국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 그리스의 코르푸섬이 바로 눈앞에 보일 정도로 가깝기도 하다. ‘알바니아의 낙원’으로 불리는 사란다에서 인기 있는 해변으로는 보라보라 비치, 데르미 비치, 미로르 비치를 꼽을 수 있다.
보라보라 비치는 작은 백사장 가득 파라솔과 선베드가 펼쳐져 한적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물이 맑고 레스토랑이나 바를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멋진 산 전망에 둘러싸인 데르미 비치 역시 맑고 푸른 바다에 몸을 담그거나 일광욕을 즐기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로운 자유를 누리기에 좋다.
레스토랑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는 휴양지의 분위기를 돋우며 진정한 휴식처임을 느끼게 한다. 미로르 비치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파 덕에 한적하며, 해변에는 모래가 아닌 조약돌이 깔려 있다. 수정처럼 맑은 바닷물이 인상적인 해변 중 하나다.
즐거운 하루의 마무리로는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러쿠러시 성에 올라 일몰을 감상하고, 신선한 식재료로 맛을 낸 음식을 풍성하게 맛보는 것이다. 알바니아 음식은 발칸과 지중해, 오스만제국의 영향을 받아 양고기와 소고기, 요구르트와 허브, 향신료, 채소, 올리브오일을 주재료로 한다.
대표적으로 양고기와 요구르트를 오븐에 구운 고소하고 크리미한 식감이 돋보이는 타버코시, 얇은 반죽에 고기, 치즈, 시금치 등을 넣어 구운 파이 뷔레크, 토마토와 고추, 양파, 치즈를 넣어 익힌 퍼르게서, 견과류와 꿀을 넣어 만든 달콤한 디저트 카다위프가 있다.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과일 맛도 일품이다.
알바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라트는 ‘1,000개의 창을 가진 도시’로 불린다. 베라트의 만갈렘 구역에 가보면 절벽 위로 흰 벽과 다갈색 지붕을 인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데, 수없이 많은 사각 창이 인상적이다. 강 건너편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면 마치 1,000개의 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곳은 강을 사이에 두고 무슬림과 정교회 마을이 마주한 채 오랜 세월 공존해왔다. 비잔틴양식의 세인트 마리 성당을 비롯해 크고 작은 성당 100여 채가 전통의 맥을 잇고, 오스만제국 시절의 건축양식이 여전히 잘 보존돼 과거의 영광을 대변한다.
비록 무너진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언덕 위에 당당히 서 있는 베라트 성과 주변 성곽길은 포토존으로 가득하다. 올망졸망한 조약돌이 깔린 좁은 골목, 야트막한 담장 사이로 피어난 들꽃, 붉은 기와를 이고 도시를 굽어보는 성 삼위일체 교회, 담장에 내걸린 채 관광객의 손길을 기다리는 순백의 리넨 옷까지, 모든 게 조화롭고 순화롭다. 언젠가는 사무치게 그리워질 알바니아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