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금액, 다른해석 퇴직금, 근로자와 사업주 시각의 차이

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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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색 배경을 바탕으로 탁상'시계'와 '동전'이 가득 담긴 유리병 2개가 위치해있다.

퇴직금은 근로자가 장기간 일한 대가로 받는 마지막 보상이다. 그러나 사업주에게는 정년 또는 퇴직 시점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그런데 같은 금액의 퇴직금이라도 이를 바라보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인식은 상반될 수 있다.

특히 퇴직연금 제도의 유형이 DB(확정급여)형이냐, DC(확정기여)형이냐에 따라 실제수령 금액이나 부담 구조가 달라지면서 이 같은 인식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퇴직연금제도에 따른 근로자와 사업주의 시각 차이를 살펴 보고, 시뮬레이션해 퇴직연금제도 선택 및 운용에 참고하자.

퇴직연금제도의 틀: DB형과 DC형

퇴직연금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DB(확정급여)형은 퇴직 시점에서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이 사전에 정해진 급여기준에 따라 확정 되어있고, 그에 대한 적립과 운용은 사업주의 책임이다.

반면, DC(확정기여)형은 사업주가 해마다 일정 금액(보통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에 납입하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되며, 이후 운용성과는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귀속된다. 즉, DB형은 사업주에게 불확실한 비용 부담을, DC형은 근로자에게 운용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다. 이런 차이는 퇴직금의 실질 가치와 근로자 및 사업주가 체감하는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근로자 입장에서 본 DB형과 DC형

근로자 입장에서는 DB형이 꽤 익숙하다.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수령하는 퇴직금제도에서의 계산 방식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 퇴직금 계산식에 따라 근속기간이 길고 평균임금이 상승하는 구조에서는 DB형이 DC형보다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DC형은 퇴직금이 해마다 개인의 퇴직연금계좌에 입금되므로 본인의 투자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고 최종 수령액도 변동된다. 투자에 관심이 많거나, 중간중간 이직 가능성이 있는 젊은 근로자에게는 DC형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익률이 낮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퇴직금이 줄어들 위험도 존재한다.

사업주 입장에서 본 DB형과 DC형

사업주 입장에서 DB형은 매년 발생할 퇴직금 비용을 추정하기 어렵고, 급여가 상승하거나 근속자가 많을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 회계상으로도 퇴직급여충당부채가 증가하며, 기업 재무제표상 부채가 늘어난다.

반면, DC형은 기여금만 확정되어 있어 예산 편성이 수월하고, 해마다 퇴직연금 납입 의무를 이행하면 이후 책임이 없어지니 장기적 인건비 관리에 유리하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인건비 관리와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DC형 선호가 점차증가 하고있다.

같은 급여, 다른 퇴직금 시뮬레이션

실제 사례를 보자. 전년도 말 평균임금 500만원, 평균임금 상승률 10%, 평균 근속기간 20년인 근로자(30명 가정)를 기준으로 퇴직금의 납입 수준을 당해 연도 DB형과 DC형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DB형
·퇴직금=평균임금×근속연수
·1명당 퇴직금=500만원×110%×21년=1억1,550만원
⇒전년대비15.5%상승
(전년도 1인당 퇴직금=500만원×20년=1억원)
·전체 퇴직금 규모(30명)=1억1,550만원×30명=34억6,500만원
⇒전년대비15.5%상승
(전년도 전체 퇴직금 규모=1억원×30명=30억원)

• DC형(전년도까지 전년도 말 평균임금으로 적립 가정)
·연간 납입금=연간 임금 총액의 1/12
·1명당 퇴직금=500만원×20년+500만원×110%=1억550만원
⇒전년대비5.5%상승
(전년도 1인당 퇴직금=500만원×20년=1억원)
·전체 퇴직금 규모(30명)=1억550만원×30명=31억6,500만원
⇒전년대비5.5%상승
(전년도 전체 퇴직금 규모=1억원×30명= 30억원)

위의 사례는 사업주 입장에서 퇴직금 납입 수준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임금 상승률이 높을 때는 DB형보다 DC형이 사업주의 납입 부담금을 낮춰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DC형이 근로자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다. 근로자는 납입 원금에 대한 수익률을 얼마로 할지가 핵심이다.

필자는 최근 당행의 지역본부장이 성과 평가 등급 하락으로 평균임금이 하락할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DC형으로 전환했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투자한 상품(방산주 ETF 등)의 수익률이 좋아 1억원가량의 수익을 냈다는 사례를 전해 들었다.

제도 선택을 둘러싼 이해관계

근로자와 사업주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에, DB형과 DC형 제도간 전환은 기업내 노사 협의의 핵심 쟁점이 된다.

특히 사업주입장에서 임금상승률이 높은 기업이라면, 신규입사자부터 DC형으로 적용하거나, DC형 전환을 유도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이 삭감 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면 DC형 전환을 통해 가장 높은 임금에서의 퇴직금을 보전하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퇴직급여제도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재무 전략이자 비용 관리 도구로 재조명되고 있다.

선택보다 중요한 ‘이해와 운용’

퇴직연금제도의 유형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누가 더 이익 이냐’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구조와 위험, 그리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이해한 후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전략을 세우는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퇴직금이라도, ‘운용 주체와 수익 구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은 더 이상 사후적 보장이 아니라 노동과 경영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전 전략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이 두 손으로 책상위에 쌓여있는 '동전'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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