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회복' 방점 찍힌 10조 스몰 추경…경기 대응 가능할까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정부가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분 분야를 중심으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추가경정예산)'을 공식화했다.
신속한 집행을 위해 여야 모두 이견 없이 동의할 수 있는 분야만 추려냈다고 설명했지만, 올해 초부터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을 위해 논의됐던 예상 금액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이어서 이번 추경으로 경기 부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뒤따른다.
또한, 예비비 증액을 두고 여당과 야당의 치열한 책임 공방이 예상되면서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는 사업만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분야만 추려 10조원 규모의 '스몰 추경'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발표한 추경 내용에는 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와 민생 지원 등도 포함돼 있다.
다만, 추경 규모나 기재부의 설명을 살펴보면 이번 안은 결국 산불 피해 복구와 재난 예방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최근 산불로 약 4만8천ha에 이르는 산림 피해와 75명의 사상자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불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확인했고, 피해복구와 재난 예방을 위한 추가 재정투입 필요성이 있어 긴급히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내수 회복을 위해 꾸준히 논의됐던 추경 규모가 최소 15조원에서 많게는 35조원이다. 이와 비교해도 5조~25조원가량 적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조~20조원을 바람직한 추경 규모라고 언급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회복에 24조원, 경제성장에 11조원 등 산불 관련 예산을 제외하고서도 총 35조원의 자체 추경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편성안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부진한 내수 등 경기 대응에 활용하는 규모 면에서 민주당의 눈높이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추경 편성은 정부의 권한이지만, 결국 최종 의사 결정은 국회의 몫이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마다 논란이 됐던 추경 요건에 대한 시시비비를 회피하기 위해 정부는 '재난·재해'라는 명확한 요건에만 중점을 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산불 추경안이 야당의 동의를 얻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이번 산불 대응이 어려웠던 이유로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통해 예비비 2조4천억원을 감액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민주당은 산불 피해 복구에 대해서는 이미 있는 예비비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예비비는 이미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여당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예비비 복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예비비를 둘러싸고 여야 간 책임 공방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등을 사유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상태이며 최근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다시 탄핵하자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러한 정치적인 사안까지 추경 논의에 영향을 미친다면, 여야의 대립 전선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jhpark6@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