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뷰포인트] 과격해진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

2025.04.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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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의 뷰포인트] 과격해진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



(서울=연합인포맥스) 사업가들끼리 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판을 쥐고 뒤흔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구조와 기존의 규칙, 업계의 관행 같은 이미 만들어진 틀 안에서만 행동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고, 주도권을 쥐고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고,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 수 있어야 성공한다. 내가 유리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느냐가 바로 비즈니스 성패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유명한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보면 비즈니스맨 특유의 기질을 다시 엿볼 수 있다. 트럼프는 관세라는 키워드를 수시로 들먹이며 시장을 들었다 놨다 했고, 무역상대국엔 극도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전 세계 정책당국자, 기업인, 금융시장 종사자 등 모든 이들이 트럼프의 말에 귀를 쫑긋했고 트럼프가 어떤 행동을 할지 노심초사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D-데이. 트럼프가 2일 공개한 관세율 숫자를 확인한 이들은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중국 34% ▲일본 24% ▲한국 25% ▲유럽연합(EU) 20% ▲인도 26% ▲남아프리카공화국 30% ▲인도네시아 32% ▲스위스 31% ▲베트남 46% 등이다. 수출 당사국은 물론이고, 관세를 실제 내야 하는 기업들, 이 기업들의 이익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한 시장참가자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책당국자들은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지 머리를 싸맸다. 기업들의 펀더먼털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해 주식시장에선 나라를 막론하고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이쯤 되면 트럼프의 전략은 대성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찍이 그는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저서에서 항상 거래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로 상대방이 흔들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이번 상호관세 부과 과정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방적으로 퍼주는 건 없다는 그의 원칙 역시 추후 있을 나라별 협상에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관세 정책이 협상용이라는 걸 알지만, 트럼프는 그런 세간의 추측을 뛰어넘는 과감한 숫자를 들이밀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개별 협상에 들어간 나라들은 트럼프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하며 그 대가로 관세를 깎아준다면 만족하며 협상장을 빠져나올지 모른다. 트럼프의 뜻대로 미국은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관세로 벌어들이는 세수 증대 효과도 누릴 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 과정에서 세계의 인심을 너무 잃은 것은 아닐까. 외교는 적과 싸워 이기는 게 아니라 친구를 만드는 것인데, 트럼프는 친구를 너무 많이 잃은 것 같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 후 주요국 정상들은 "친구로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즉시 보복하겠다며 강한 결전 의지를 보이는 정상도 있었다. 무역 전쟁의 주요 타깃인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해 '괴롭힘'이라고 정의했다. 신화통신 논평을 통해선 "자기 파멸적 괴롭힘"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곧바로 34%의 대미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나중에 평가해야겠지만 이 무역전쟁은 누구의 승리로 기록될까.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성공한 트럼프와 미국의 승리일까, 미국에 불만을 가진 나라들을 규합해 친구를 만드는 중국의 승리일까. 해답은 몇 년 뒤 나오겠지만, 동맹과 우방을 배제하며 무차별적 관세 폭탄을 던지는 트럼프가 얼마나 만족할 결과물을 얻을지 모르겠다. (국제경제부 선임기자)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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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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