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이전에 통조림 캔과 바나나는 그저 사물일 뿐이었다. 붓으로 칠해야만 그림이었고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광고용 포스터나 상업용 일러스트는 돈벌이 수단으로 여길 뿐 예술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앤디 워홀이 미술시장을 뒤집어놓았다.
실크스크린으로 찍은 ‘금빛 마릴린 먼로’는 미국 대배우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떠올랐고, 캠벨사의 통조림 캔은 미국 소비문화를 꼬집는 ‘예술적 피사체’로 격상되었다. 앤디 워홀은 예술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돈 밝히는 상업 미술가’와 ‘혁신적 예술가’로.
오늘날 앤디 워홀이 세계적 예술가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그 작품은 어마어마한 가격을 호가하며 세계 유수 갤러리에 걸려 있다. 살아생전 부와 명성을 거머쥔 예술가였고, 수많은 연예인 및 예술가와 교류한 스타였다. “돈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다”라는 거침없는 발언도 현실을 반영하는 명언으로 회자된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전설적인 큐레이터 헨리 겔트잘러는 앤디 워홀의 작가성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다양하고 모순되는 의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화가다. 주제를 포착하는 혜안이 뛰어나고, 대중을 소비자로 규정하는 사회의 방식을 깊이 고찰했다.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실제 세계에 대한 묘사와 모순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시 풍경을 담아내는 새로운 접근법을 창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