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탄핵 정국’이 지속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숨을 죽이고 있다. 매수자의 심리가 냉각하면서 거래가 줄고 가격 도약세를 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돼야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다. 다만 강남권에선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의 지역분화 현상이 극심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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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탄핵 정국’이 지속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숨을 죽이고 있다. 매수자의 심리가 냉각하면서 거래가 줄고 가격 도약세를 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돼야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다. 다만 강남권에선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의 지역분화 현상이 극심한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거래량이다. 가격은 거래량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속일 수 없다고도 한다. 거래량은 가격보다 앞서 움직이는 선행성을 띨뿐아니라 시장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매매 거래량은 4만5,921건으로, 전월 대비 6.5%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7.1%, 비수도권 6.0%로 전국적으로 11월과 비교해 감소세를 보였다. 문제는 당분간 거래가 바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시장에 선위험보다 불확실성을 더 꺼린다. 위험은 분산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라를 둘러싼 정국이 어수선하고 금융시장까지 불안정하다 보니 수요자가 보수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정치 쪽에 의제(Agenda)가 쏠려있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다. 이 영향으로 시장은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도 움직이지 않는 모양새다.
소비자 심리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은행의 2월 주택 가격 전망 CSI(소비자 동향 지수)는 99로 집계됐다.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 주택 가격과 비교해 1년 후의 주택 가격 전망을 반영한 지표다. 지수가 100을 웃돌면 주택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기대감이 더 큰 것이다. 반면 100보다 낮으면 주택가격이 하락·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2월 13일 자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 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압구정동 현대, 대치동 은마, 잠실동 주공5단지 등 안전진단이 통과된 재건축 아파트 14곳은 제외된다. 여의도와 목동 재건축 단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유지된다.
투기적 수요가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거래량. 2년간 살지 않아도 되므로 일반아파트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다. 종전에는 거주 목적의 수요만 집을 살 수 있었으나 이제는 갭투자가 가능해진다. 수요 기반이 늘어나니 거래량도 증가한다.
다음 가격 문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 되어 가격은 크게 오르기 힘들다고 본다. 허가구역지정 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만큼 해제되어도 큰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도심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거래량 감소효과는 있어도 가격 하락효과는 크지않다.
허허벌판의 농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했을때와는 다르다. 도심주택은 실수요가 어느 정도 버티고 있어서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옆동네와 아파트 가격을 수시로 비교하면서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 집주인 입장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두고 지자체가 성장지역으로 공인한게 아니냐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할 수 있다.
규제 그 자체로 해석 하기보다 정보를 굴절시키는 비합리적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일어 난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는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전세가 비율이 54.1%(2025년 1월)로 낮아 시장 불안을 유발할 만큼 외지인의 갭투자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아파트시장은 사바나 기후같다. 열대우림 기후와 달리 건기와 우기가 매우 뚜렷하다. 비가 올때는 소나기처럼 퍼붓지만, 그 이후에는 심한 가뭄이 찾아온다. 거래량 급증과 급감 현상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느낌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보면, 2024년 5~8월에 한꺼번에 거래되었다. 아파트 시장이 코스닥 시장 테마주처럼 들쭉날쭉한다.
이런 모습이 나타난 이유는 수요자가 일종의 불안 심리로 떼를 지어 움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비슷한 정보를 동시에 받다보니 생각도, 행동도 비슷해진다. 이른바 집단 사고와 군집행동이 작동한다. 옆사람 눈치를 보는 장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파트가 투자재로 변한데다 집단 심리가 작용하다 보니 시장의 부침이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양상이 이어지는 것 같다. 이럴 수록 군중심리에 휘둘리기 보다는 독립적 사고와 역발상이 필요하다.
내집 마련 실수요자라면 상반기에 급매물 중심으로 접근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급매물은 고점(2021년 10월) 대비 서울은 10~20%, 나머지 지역은 20~30% 싼 매물을 말한다.
오는 7월 강력한 대출 규제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이 그것이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지만 대출규제도 염두에 둬야한다.
수영장 물로 비유하면, 한쪽에서는 더운물(금리 인하)을, 다른 쪽에서는 찬물(대출 규제)을 주입하는 꼴이어서다. 집값이 비싸 금리인하보다 대출규제민감도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 주택 수요자는 대출 규제를 눈여겨봐야 한다.
다만 하반기에 새로운 대출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은 사라질 수 있어 시장이 확 가라앉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올해부터 2028년까지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집값 하락이 장기화하기 어렵다.
아직은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충격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신축 중심으로 주택 공급부족이 더 중요한 이슈다. 상반기 보다는 하반기 시장 여건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대출 규제 여파로 크게 오르기도 힘들다. 그래서 ‘상저하중’ 으로 보는게 좋을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은 지나친 비관론도 낙관론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균형추다. ‘지적으로는 비관주의, 의지로는 낙관주의’를 지향하라는 말이 있다. 영국 전 총리 윈스턴 처칠도 “비관주의자는 어떤 기회에서도 어려움을 보고, 낙관주의자는 어떤 어려움에서도 기회를 본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대로 낮아질 것 같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말 내놓은 1.9%보다 0.2~0.3%p 낮춘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조금 낮아진다고 집 값이 떨어질 것으로 단정 짓는것은 단순 도식의 함정에 빠지는 태도다.
경기 둔화는 집값 하락 요인일뿐 반드시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거시경제는 중요한 변수지만, 하나의 변수일 뿐이다. 역성장, 즉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않는한 집값이 내려간다고 예단하는 것은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다시말해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같은 실물경기 급랭 상황이 아니라면, 대출 규제, 기준금리나 통화량, 환율 같은 금융 변수에 더 주목해야한다. 주택시장 내부의 공급변수인 입주물량에도 관심을 두는게 필요하다.
미국의 투자귀재 피터 린치도 “내가 거시경제 분석에 할애하는 시간은 1년에 15분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거시경제 보다는 미시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행동하는 게 더 낫다.
요즘 아파트 시장에서 MZ세대는 막강 파워를 드러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49만2,052채 중 30대 매입 비중은 26.6%로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2년 연속 40대를 앞선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신생아 특례대출 등 각종 정책자금 대출을 활용해 주택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가 주택 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다 보니 아파트만 집중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유형별 매매거래 현황을 보자.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6.6%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심지어 일부 지방에서는 90%를 훌쩍 넘었다.
세종 (96.3%)을 비롯해 대구와 광주(90.5%)에서 두드러지게 높았다. 거래 침체에도 아파트만 압축적으로 거래된 셈이다. 다세대나 빌라 등에 비해 아파트의 거래 회전율이 높았다고 할 수도 있다. 요즘 MZ세대는 시골 읍면에 살아도 단독 주택이나 전원주택이 아니라 아파트에 살려고 한다. 아파트살이를 해야 편리할 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아파트는 올해는 물론 향후에도 주택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것같다. MZ세대뿐 아니라 그 다음세대인 알파세대(2010년대 초반~2020년대 중반 출생)에게도 핵심 주거 유형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2023년 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아파트는 1,263만 채로 총주택의 64.6% 를 차지한다.
해마다 아파트 비중은 커지고 있다. 이런 아파트 쏠림 현상은 지진같은 큰 재앙이 반복되지 않는한 계속될 전망이다. ‘아파트 공화국’에 대한 여러 부정적 견해에도 앞으로 아파트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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