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상가를 사서 ‘따박따박’ 월세를 받으며 안정적인 노후를 꿈꾸는 중장년층이 많다. 하지만 요즘은 내수경기 침체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여의치않다. 자칫 상가는 노후의 로망은 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으니 조심하는게 좋다. 투자하더라도 상가와 상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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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상가를 사서 ‘따박따박’ 월세를 받으며 안정적인 노후를 꿈꾸는 중장년층이 많다. 하지만 요즘은 내수경기 침체와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여의치않다. 자칫 상가는 노후의 로망은 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으니 조심하는게 좋다. 투자하더라도 상가와 상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접근한다.
아파트는 상가와 비교하면 딴판이다. 아파트는 공생, 상권은 경쟁 관계를 형성한다. 아파트 단지 주인은 일조권이나 조망권을 침해받지 않는 한 주변에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반대 시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면 자신이 사는 아파트 값도 올라가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 한다.
아파트가 모여 대규모 주거 단지를 이루면 ‘규모의 경제’라는 시너지 효과도 생긴다. 따라서 아파트 단지는 서로 공생 관계이자 윈-윈 관계에 가깝다. 물론 상가는 가구거리나 패션거리처럼 서로 한 곳으로 뭉치는 때도 있다. 하지만 다른 가구거리·패션거리와는 경쟁 해야한다. 상권은 대체로 생존을 건 경쟁관계이자 때로는 적대관계다.
유전자로 치면 이타적인게 아니라 이기적 관계다. 대형 유통시설이 원거리에 있는 새수요층을 대대적으로 끌어오지 않는 한, 제한된 고객을 놓고서로 치열 한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 먹을 수 있는 밥상의 음식은 빤한데 숟가락을 하나 더 얹는 꼴이다. 이처럼 상권의 가장 큰 특징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상권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다른 상권의 희생이 있다. 상권은 다른 상권을 밟고 자란다.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을 개점할 때마다 지역 상인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런 경쟁의 본질 때문이다. 상가를 찾아오는 인구, 즉 유동 인구는 물의 흐름과 같다고 한다.
명나라 풍수지리 서적 <인자수지(人子須知)>에는 “산관인정 수관재물(山管人丁 水管財物)”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산은 사람의 성정을 다스리고,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라는 뜻이다. 돈은 물의 흐름과 비슷하다. 물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돈도 모인다. 핵심 상권은 대개 빗물이 모이는 평지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구릉지에서는 비가 내리면 고이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흘러가 듯, 돈과 사람도 흘러간다. 구릉지에는 상권이 제대로 발달하기 힘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골목길 인기는 전국적 현상이다. 부산에서는 골목길 축제가 열리고, 대구와 대전에는 골목길 탐방 때마다 사람이 몰려든다. 교통여건이 좋지도 않은 골목길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된 것은 ‘공간의 가치소비 현상’ 때문이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답답한 문화에 식상한 젊은 층이 자신들만의 여유로운 공간을 찾는 것이다.
낭만의 상징인 유럽의 길거리 카페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좁은 골목길에서 재현되고있다. 그래서 요즘 뜨는 골목길가게는 일반 거리 점포 구성과는 다르다. 금세 배를 채우고 떠나는 설렁탕이나 순댓국집은 드물고,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커피점, 레스토랑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골목길 상권은 부침이 심하다는 점이다. 이미 유명 골목길 상권은 바람을 타면서 가격이 치솟아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식으로 치면 가치주보다 테마주에 가깝다. 건물을 비싸게 구매 하더라도 음식점 운영에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거나 가격의 작은 등락에 신경 쓰지 않는 슈퍼리치가 아니라면 신중해야 한다.
또 성격적으로 핫 플레이스는 새가슴보다는 어느 정도 강심장에 배짱 있는 사람이 도전하는 영역이다. 만약 소심한 성격임에도 투자를 결심했다면, 마음속에 단단한 ‘철판’을 깔고 시작하라. 그래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이다.
소비 패턴은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매출 비중은 50.6%로 절반을 넘었다. 역대 최고치다. 현대인은 온종일 스마트폰에 갇혀 산다. 쇼핑·놀이·수업은 물론 인간관계도 모바일 세상에서 한다.
특히 젊은 층은 지하철 출퇴근길에 모바일로 쇼핑한다. 그 만큼 오프라인 상가를 찾지 않아, 수요층도 이탈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사를 잘하려면 좋은 입지를 확보하는게 중요 했다. 입지 경쟁력이 성공의 핵심 요소였다.
그래서 부동산은 첫 번째도 입지, 두 번째도 입지, 세 번째도 입지라고 했다. 대로변 코너 자리 상가는 3대가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는 스마트폰 등장 이전의 상권 패러다임이다.
요즘 배달주문이 많은 가게는 배달앱 상단에 노출되는지 여부, 즉 ‘디지털 입지’가 가게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대로변이나 코너 같은 오프라인 입지보다 모바일 입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문제는 상가 시장에 온라인 공습 못지않게 위협적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상가 시장에는 절대 인구보다 유동 인구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여러 지역에서 오는 사람이 많아야 장사가 잘 될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절대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들었지만 감소 폭은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젊은 층은 급격히 줄어드는 대신 행동반경이 좁고 활력이 떨어지는 고령자가 급격히 늘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하면 부동산 중 상가가 ‘인구 쇼크’의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상가 창업 수요가 줄다보니 빌딩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투자자 사이에서 상가로 채워진 건물(올 근생건물)보다 일반 사무용 건물 선호도가 높아졌다. 4~5년 전과는 정반대현상이다.소비경기가 좋을 때는 상가 중심 빌딩이 큰 인기를 누렸으나, 요즘은 공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꺼린다.
그대신 사무용 건물은 세입자 관리가 비교적 쉽고 임대료도 안정적이어서 많이 찾는다. 극심한 소비경기 위축이 빌딩 시장의 흐름도 바꿔놓은 것이다. 앞으로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 강남권 중심의 인기지역 빌딩거래는 살아 날 것이다. 하지만 빌딩도 극심한 양극화가 나타나 나머지 지역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상가는 아파트보다 더 까다롭게 골라야 한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공간만 볼게 아니라 디지털 공간, 도심에선 지하상가도 포함해서 경쟁력을 따져야한다. 같은 값이면 한 건물에 소유자가 여러 명인 구분상가보다는 ‘통건물’이 낫다. 땅 지분이 많아 가격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환금성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분상가에 투자하려면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세입자 관점에서 보는 게좋다. 즉 건물주인이나 중개업소가 아니라 세입자의 시선으로 봐야 그나마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월세는 건물 주인이 아니라 세입자가 내기때문이다. 상가 입지를 평가할 때는 주변세입자 등 적어도 3명에게 탐문 조사를 하고 결정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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