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기술·맞춤형 반도체… 진화하는 두 엔진 달고 ‘AI 전장’서 빛의 성장

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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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대세 ‘光인터커넥트’
구리 전선보다 빠르고 전력 절감
빅테크 전용 칩 설계 커스텀까지

2028년 시장규모만 554억 달러
최강자 엔비디아·구글과도 협력

분기매출 전년동기比 22% 상승
성장속도에 비해 주가부담 낮아

'네트워크 데이터' 흐름을 칩에서부터 광 회선 스위치, 다시 칩으로 가는 과정을 진행도로 표현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칩 설계를 넘어 데이터센터 안쪽 배선까지 바꾸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광(光) 인터커넥트’, 즉 데이터를 빛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요즘 AI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수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가속기를 동시에 돌려야 한다.

이 칩들이 서로 대화하려면 데이터를 쉴 새 없이 주고받아야 하는데 기존에 쓰던 구리 전선은 속도와 전력 효율 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바로 광 인터커넥트다. 빛은 구리보다 훨씬 빠르고 전력도 덜 먹는다. AI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광 기술의 중요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시장 규모가 이를 증명한다. 마블 테크놀로지(MRVL US)의 추정에 따르면 2028년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은 940억 달러(약 130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22년 대비 수배 성장하는 수치다. 그중 광 인터커넥트를 포함한 ‘커스텀 가속기’ 관련 시장만 554억 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빅테크(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오라클 등)들이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 투자가 결국 광 부품과 맞춤형 반도체(ASIC·에이식) 수요로 흘러들어오는 구조다.

마블이 이 흐름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광 인터커넥트 하나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광과 ASIC 두 개의 성장 엔진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ASIC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데,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빅테크들은 시중에 파는 범용 GPU 대신 자기 서비스에 딱 맞게 설계한 전용 칩을 원한다.

마치 기성복 대신 맞춤 정장을 주문하는 것과 같다. 이 맞춤형 반도체를 ASIC 또는 맞춤형 가속기(XPU)라고 부른다. 마블은 이 칩의 설계와 개발을 빅테크 고객사에 대신해주는 역할을 25년간 해왔고, 지금까지 2000개 이상의 ASIC을 납품했다. 마블의 자체 분석으로는 2028년쯤 XPU 출하량이 범용 GPU를 추월할 전망이다.

이 흐름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마블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함께 차세대 AI XPU용 커스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 중이다. 표준 규격에 맞춰진 기존 HBM과 달리, 고객사 칩 설계에 최적화된 맞춤형 메모리다.

HBM은 AI 가속기 재료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데, 마블은 이 HBM을 고객 칩 구조에 맞게 다시 설계함으로써 메모리 전력을 최대 70% 줄이고 용량은 33%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단순히 HBM을 납품하는 것을 넘어, 마블의 커스텀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 설계 단계부터 협력하는 구조다.

마블의 광 포트폴리오는 AI 데이터센터의 연결 구조 전반을 겨냥한다. GPU끼리 연결하는 랙 안 초근거리 구간에는 데이터 이동을 중계하는 PCIe 스위치와 공동패키지광학(CPO) 기술을, 서버와 랙을 묶는 데이터센터 내부 구간에는 광 신호처리칩 Ara를, 데이터센터 간 장거리 연결에는 COLORZ 시리즈를 공급한다. AI 데이터센터의 부담이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연결 속도로 옮겨갈수록 마블의 역할이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이 전략을 완성하고 있다. 마블은 2025년 12월 스타트업 셀레스티얼 AI를 최대 55억 달러에 인수했다. 셀레스티얼 AI의 포토닉 패브릭 기술은 GPU와 메모리 사이 신호를 전기가 아닌 빛으로 주고받는 차세대 기술로 구리 연결 대비 전력 효율이 2배 이상 뛰어나다.

여기에 스위치 칩 스타트업 엑스콘도 3억2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 두 인수를 통해 마블은 단순 부품 공급자에서 AI 데이터센터 연결 구조 설계 전반에 관여하는 파트너로 입지를 격상시켰다.

마블의 전략이 설득력을 얻는 또 다른 근거는 시장 최강자들의 선택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3월 마블과 NVLink Fusion 기반 전략 협력을 발표하면서 20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NVLink는 엔비디아 GPU 생태계를 연결하는 핵심 기술인데, 마블의 맞춤형 칩이 이 생태계 안으로 공식 편입된 것이다.

구글 역시 자사 AI 전용 칩 TPU의 차세대 모델 개발 파트너로 마블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프라 생태계의 양대 축이 같은 회사를 동시에 선택한다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실적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최근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1% 상승한 22억2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33.3% 오른 0.80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각각 상회했다. 회사는 올해 연간 매출 110억 달러, 내후년 150억 달러를 제시하며 가이던스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현재 마블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5.3배로 낮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3년간 EPS가 연평균 38.3%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익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주가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다.

비교 대상인 코히어런트 1.2배, 암페놀 1.6배보다 낮아 장기 이익성장성을 반영할 시 저평가되어 있다(KB보고서 발간기준). 광 시장의 성장세를 가장 폭넓게 누릴 수 있는 위치이지만 주가는 이익 성장 속도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 인프라의 무게중심이 칩에서 연결로, 전기에서 빛으로 옮겨가는 지금, 마블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 콘텐츠는 '문화일보'에 등재된 기고글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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