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도시, 어른의 여행, 프랑스 리옹

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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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지는 리옹 시내를 배경'으로 '테라스에 앉아 있는 남녀의 뒷모습 실루엣'이다.

푸르비에르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리옹 번화가. 온 도시가 황금빛 노을로 물들어 있다.

리옹(Lyon)은 오래된 도시다. 로마제국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현대까지, 2,000여 년간 번창과 쇠퇴를 반복했다. 도시의 모습도 끊임없이 바뀌었다. 국가의 번영을 위해 길을 내고 수로를 팠고, 유행하는 건축양식에 따라 건물을 지었다. 리옹은 그 시대적 흔적을 곳곳에 품고 있다. 고대 로마 원형극장과 근대 실크 생산 기지, 번쩍이는 현대 쇼핑몰까지 공존한다.

그래서인지 리옹은 ‘어른의 여행’이 어울린다. 역사와 철학까지 음미하는 여정 말이다. 성숙한 도시일수록, 사전 지식이 풍부한 만큼 생생히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으니. 풋풋한 젊음을 뽐내는 여행도 좋지만, 리옹에서는 내밀하고 깊은 지식이 여행의 질을 더 높여줄 수 있다.

하나 더, 어른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와인은 프랑스 요리의 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끼니 때마다, 혹은 메뉴마다 색다른 와인을 즐기는 게 정석이다. 더군다나 리옹은 파리 다음으로 미쉐린 식당이 많은, 또 프랑스 와인의 대명사 보르도를 지척에 둔 도시다. 어른만의 권리를 누리기에 리옹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이 모든 배경 덕분에, 리옹은 아늑한 환경과 편리한 생활, 역사·문화적 감성까지 모두 채워주는 여행지로 꼽힌다.

로마에서 르네상스를 건너서

'푸르비에르 언덕 위로 우뚝 솟은 하얀색의 노트르담 드 푸르비에르 대성당 전경'이다. 리옹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리옹 전역에서 바라다보인다.

웅장한 자태가 돋보이는 노트르담 성당. 리옹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리옹 전역에서 바라다보인다.

'화려한 금빛 모자이크와 정교한 조각으로 가득 찬 푸르비에르 대성당의 내부'이다. 외부에서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휘황찬란하다.

노트르담 성당 내부는 외부에서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휘황찬란하다.

리옹의 과거는 영화로웠다. 로마제국의 속주 갈리아 루그 두 넨시스(Gallia Lugdunensis)의 수도이자 금은화를 발 행하는 조폐국이 있는 주요 도시였다. 로마는 남서쪽 필라 (Pilat)에서 리옹까지 75km에 달하는 수로를 놓았고, 원형 경기장과 극장도 세웠다. 지금도 리옹 곳곳에는 제국의 번 영을 짐작할 수 있는 유적이 남아있다.

푸르비에르(Fourvière)는 리옹의 과거를 가장 생생히 볼 수 있는 유적지이자, 리옹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공원이다. 푸르비에르 정상까지는 케이블 전차 푸니쿨 라(Funiculaires)로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비외리옹역 (Vieux Lyon, 리옹 구시가지)에서 출발하는 푸니쿨라는 목적지가 두 곳이다. 생쥐스트(St-Just)와 푸르비에르다.

생 쥐스트행은 로마 시대 원형극장인 갈로 로마극장(Théâtre Gallo-Romain)에 가깝고, 푸르비에르행은 언덕 정상의 노트르담 성당(Basilique Notre-Dame de Fourvière) 까지간다. 아무래도 높은 곳을 먼저 갔다가 내려오는 게 수월해서인지 푸르비에르행이 더 붐비는 편이다. 날씨 좋은 주말 푸니쿨라는 성냥갑 같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푸니쿨라는 출발하고 5분이 채 되지 않아 종착역에 멈춘다. 짧은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서면 웅장한 노트르담 성당이 나타난다. 역과 성당은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말간 아이보리색 외관은 조각이 촘촘히 새겨져 단정하면서도 화려하다. 내부로 들어서면, 외관만으로는 연상하기 힘들 만큼 사치스러운 장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금빛과 옥빛으로 반짝이는 모자이크 타일과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 대리석 기둥, 석조 조각이 하나같이 호화 찬란하다. 비교적 최근에 세운 만큼 닳거나 벗겨진 부분 없이 미려하다. 성당은 19세기 리옹 전역에 전염병이 휩쓸고 간 직후 지어졌다. 리옹 시민이 전염병을 물리쳐달라고 성모마리아에게 간절히 기도했고, 병이 물러간 뒤 감사의 마 음으로 헌금을 모아 성당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성당 주변을 한 바퀴 돌며 리옹 시내를 눈에 담는다. 언덕은 붉은 지붕의 근대건축물이 둘러싸고, 그 너머로 고층 빌딩 이 비죽 솟거나 흰 건물이 끝없이 펼쳐진다. 푸니쿨라에 함께 탄 이들이 다 어디로 흩어졌나 싶게 전망대 주변은 한적하다. 내리막길을 걷는 내내 수려한 전망을 눈에 담았다.

성당에서 5분 정도만 이동하면 갈로 로마극장이다. 기원전 15년경 지어져 거듭 증축했는데, 가장 번성한 시기에는 무려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언덕 따라 허물어진 모습도 그대로 두어 기나긴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다.

갈로 로마극장은 지금도 공연을 여는 ‘현역’ 무대다. 왕족과 귀족이 앉았던 좌석도 온전히 복원해 두었다. 매년 여름이면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 예술 축제 ‘레 뉘 드 푸르비에(Les Nuits de Fourvière)’가 열려, 오페라와 서커스, 현대무용 등 독창적 예술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고대 로마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는 '리옹의 고대 갈로 로마 극장 유적지 전경'이다. 수천 년 전 유적지임에도 말끔하게 정비해 ‘현역 무대’로 활용된다.

갈로 로마극장은 수천 년 전 유적지임에도 말끔하게 정비해 ‘현역 무대’로 활용된다.

트램을 타고 돌아온 비외리옹역은 또 다른 여행의 출발점이다. 15세기 르네상스 시기의 자태부터 19세기 상업 중심지의 면모까지 마주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선물 가게부터 오래 된 서점과 가죽공방, 샤르퀴트리숍 등 이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르네상스 유적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하지만 비밀 통로 트라불(Traboules)을 염두에 두면 여행이 한층 흥미진진해진다. 리옹 실크 산업의 상징으로, 건물을 가로지르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 아치형 천장을 놓은 통로다. 과거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귀한 천을 온전히 옮길 수 있도록 만든 트라불은, 실크 산업이 저문 오늘날에는 리옹을 상징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트라불 입구에는 독특한 타일이 있다. 노란 배경에 사뭇 억울하게 생긴 사자 얼굴이 프린트된 타일이다. 트라불을 이용하면 건물의 북측면에서 진입해 중정을 지나 햇살 쏟아 지는 남측으로 ‘탈출’하거나, 어둑어둑한 복도를 건너 원형 계단을 오르내리며미로찾기같은도심탐험이가능하다.

리옹 관광청(visiterlyon.com)을 통해 비외리옹 가이드 투어를 예약하면, 트라불을 비롯해 구도심을 깊이 있게 돌아볼 수 있다. 반면 트라 불의 핵심만 경험하고 싶다면, 수평의 복도와 대각선 계단이 어우러진 쿠르 데 보라스(Cour des Voraces)와 길이가 가장 긴 라 롱 트라불(La Longue Traboule)을 찾아가길 추천한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깃든 공간

'다닥다닥 붙은 붉은 지붕'과 '수많은 굴뚝'이 인상적인 '리옹 구시가지의 건물들'이다. 사이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옹 구시가지 비외리옹. 빽빽한 건물 사이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옹 특유의 비밀 통로인 '트라불' 내부에서 위를 올려다본 중정의 하늘 풍경이다. 이곳은 과거 실크 상인이 복도와 계단을 타고 귀한 천을 옮기던 통로다.

트라불에서 올려다본 하늘. 이곳은 과거 실크 상인이 복도와 계단을 타고 귀한 천을 옮기던 통로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트롱프뢰유(Trompe-l’œil)’ 기법을 종종 접한다. ‘눈을 속이다’라는 의미의 회화 기법으로, 세밀한 묘사와 원근감으로 마치 실제 같은 느낌을 준다. 가령 성당의 평면 천장에 아치와 돔을 그려 넣어 공간감을 극대화하거나, 바닥에 깊이감 있는 그림을 그려 빠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리옹에서도 트롱프뢰유를 마주할 수 있다. 크루아루스(Croix-Rousse) 언덕에 자리한, 건물 벽면을 이용한 작품이다. 손강(Saône)에 인접한 ‘프레스크 데 리오네(Fresque des Lyonnais)’와 ‘라 비블리오테크 데 라 시테(La Bibliothèque de la Cité)’, 크루아루스 언덕에 자리한 ‘뮈르 데 카뉘(Mur des Canuts)’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유유히 흐르는 손강을 바라보는 프레스크 데 리오네는 ‘리옹 사람들의 벽화’로 직역할 수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리옹이 낳은 위인들이 살아 숨 쉬듯 생생한 몸짓을 하고 있다. 머리에 광배(후광)를 두른 성인 아래로 세계 최초로 영화를 제작한 뤼미에르 형제, 세계적인 셰프 폴 보퀴즈(Paul Bocuse) 등이 그려져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어린 왕자와 그 아버지 생텍쥐페리의 모습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층일수록 먼 과거, 저층일수록 근현대 인물을 나타내는 점도 흥미롭다.

프레스크 데 리오네에서 강변을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건물 하나를 책장으로 바꾼 라비블리오테크 데 라 시테가 등장한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 프랑스 르네상스의 선구자로 꼽히는 소설가 프랑수아 라블레 등 리옹을 대표하는 작가의 책과 명문장을 새긴 벽화다. 6층 높이의 ‘서가’에는 작가 500여 명의 작품이 꽂히거나 쌓여있는데, 모두 리옹 출신이거나 리옹과 인연이 깊은 작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강을 뒤로하고 언덕을 오를 시간. 계단을 넘고 골목을 통과하며 크루아루스 언덕을 오른다. 이 일대는 실크 방직공인 ‘카뉘(Canuts)’가 주로 거주하던 동네다. 방직기를 돌리고 원단을 나르느라 멋부릴 여력도 없는 삶의 현장이었기에, 이 일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밋밋한 콘크리트 건물만 늘어선 언덕이었다. 그러다 1987년 언덕 정상부의 거대한 건물에 초대형 벽화 ‘뮈르 데 카누’가 들어서며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마을이 확장되듯, 회색의 시멘트벽 가운데 계단과 겹겹의 건물이 들어서고, 가짜 창문이 진짜 창문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계단을 올라 벽화 속으로 들어서는 듯한 인증샷이 필수로 여겨지면서, 계단 하단부 페인트는 가장 먼저 벗겨졌다.

리옹 최대 식료품 시장인 ‘폴 포퀴즈 시장’에서 상인이 커다란 치즈 덩어리를 온 힘을 다해 자르고 있다.

리옹 최대 식료품 시장인 ‘폴 포퀴즈 시장’에서 온 힘을 다해 경질 치즈를 자르는 상인.

벽화는 10년 주기로 보수한 덕분에 위상이 더 높아졌다. 2층에 머물던 담쟁이덩굴이 6층까지 뻗어 올랐고, 빈 벽은 수직 정원으로 변모했으며, 계단 너머 건물도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 흘러가는 시간을 담아내며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이다.

현재 벽화 속에는 귀가하거나 외출하는 주민, 건물 도색을 책임지는 페인트 공과 안전모를 쓴 건축가, 버스킹 하는 노년의 음악가와 날렵하게 비보잉을 즐기는 젊은 춤꾼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어제 혹은 오늘 리옹에서 한 번쯤 지나쳤을 법한 모습들이다. 다음에 보수하고 나면 또 어떤 인물이 등장할지, 뒤편의 건물은 완공된 모습일지 기대된다.

벽화를 지나 크루아루스 정상에서 전망을 즐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언덕을 오를 때 미처 보지 못한 그림이 새삼 눈에 띈다. 벽화를 그리는 화가, 진짜 창문 옆 가짜 창문, 한 걸음만 떼면 들어설 것 같은 아케이드까지 실제처럼 생생하다. 여유가 있다면 과거 방직공장을 개조한 박물관 ‘라 메종 데 카뉘(La Maison des Canuts)’도 들르길 추천한다. 직조 체험을 하며 카뉘 문화를 깊이 접할 수 있다.

오전 중 움직인다면 크루아루스 벼룩시장(Marché de la Croix-Rousse)도 지나치지 말자. 싱싱한 농수산물은 물론 숙성 치즈와 발효빵, 햄 등 리옹의 식문화를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명물 초콜릿과 비스킷을 사 들고 여행을 시작해도 좋겠다. 시장은 새벽 6시부터 오후 1시 정도까지 열리고, 그 이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산한 거리만 남기고 사라진다.

특별한 날도 평범한 날도 맛있게

리옹의 전통 식당인 '부숑' 야외 테라스에서 여유로운 저녁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이다.

부숑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저녁 시간.

리옹의 구심점 벨쿠르 광장. ‘짐이 곧 국가다’를 주창한 루이 14세의 동상을 중심으로 박물관과 미술관, 쇼핑몰, 관광 안내소 등이 둘러싸고 있다.

리옹의 구심점 벨쿠르 광장. ‘짐이 곧 국가다’를 주창한 루이 14세의 동상을 중심으로 박물관과 미술관, 쇼핑몰, 관광 안내소 등이 둘러싸고 있다.

리옹의 미식 경험은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부숑(Bouchon)과 폴 보퀴즈다.

먼저 폴 보퀴즈는 프랑스 요리계의 전설이자 누벨 퀴진의 선구자로 ‘요리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요리사로는 최초로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La Legion d’Honneur Chevalier) 훈장을 받고 1965년부터 2018년까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을 유지했으며, 트러플 수프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스 대통령에게 큰 찬사를 받은 일화도 유명하다.

그의 이름을 딴 요리 대회 ‘보퀴즈 도르(Bocuse d’Or)’는 세계 각국 최정상 셰프만 참가할 수 있어 ‘요리 올림픽’으로 불리고, 그의 조리법과 레시피를 전승하는 요리학교는 전 세계 22개국에 자리한다. 2018년 91세의 일기로 타계한 그는 여전히 ‘프랑스 국민 셰프’로 기억된다.

리옹에서는 그가 운영하다가 아들에게 물려준 폴 보퀴즈 레스토랑을 찾아가 볼 만하다. 선명한 청록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외관은 동화 속 한 장면을 현실로 옮긴 것 같다. 랍스터와 가리비 요리, 크렘 브륄레는 꼭 맛봐야 한다. 한편 리옹에서 가장 큰 식료품 시장(Les Halles de Lyon Paul Bocuse)에도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심지어 시장 맞은편 건물은 벽 한 면 가득 그의 초상화를 그려놓았다. 식료품 시장은 리옹의 모든 식재료를 다 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양각색 치즈와 숙성 햄, 소시지, 신선한 채소와 과일, 다채로운 와인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진다.

리옹의 또 다른 명물 부숑은 우리나라의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일본의 돈 더 키와 돼지고기 감자조림 같은 존재다. 18세기 전후 리옹 사람들, 특히 카뉘의 주린 배를 채워준 가정식을 가리킨다. 네댓 시간에 걸쳐 먹는 프랑스 정찬과 달리 3~4코스로 간단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식사를 마칠 수 있다.

부숑의 특징으로 ‘기름’도 꼽힌다. 프랑스 요리에서 기름은 남부와 북부를 가르는 식재료 중 하나다. 남부에서는 올리브유와 허브를, 북부에서는 버터와 크림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북부와 남부의 중간 지점인 리옹에서는 올리브유와 허브, 버터와 크림을 적재적소에 두루 사용해 풍미가 깊고 다양하다.

부숑 레스토랑은 시내 곳곳, 특히 관광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리옹 대성당(Saint-Jean-Baptiste Cathedral in Lyon)과 벨쿠르 광장(Place Bellecour), 크루아루스 등 관광지 골목에서 ‘BOUSHON’ 간판을 꼭 하나쯤 볼 수 있다. 만약 사전 정보 없이 여행하다가 부숑을 찾는다면, 입구에 ‘Les Bouchons Lyonnais’ 인증마크가 있는지 확인하자. 모자를 쓰고 불콰한 얼굴로 웃는 얼굴이 트레이드 마크다.

리옹 상공회의소와 리옹 관광청이 ‘진짜 부숑’ 임을 인증했다는 의미이기에 이것만 확인해도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평점이 높고 인기 있는 부숑 명소로는 론강(Rhône)에 인접한 ‘르 부숑 데 코르델리에(Le Bouchon des Cordeliers)’와 푸르비에르역-노트르담 성당 근처의 ‘다니엘&드니즈(Daniel&Denise)’가 있다.

부숑은 메뉴를 하나 콕 집어 추천하기 어렵다. 양상추와 베이컨, 수란을 올린 샐러드 르 리오네(Le Lyonnais)를 비롯해 어묵과 비슷한 커넬(Quenelle), 돼지 창자로 빚은 소시지 앙두예트(Andouillette), 소고기 천엽 요리 타블리에 드 사푀르(Tablier de Sapeur) 등 재료도 조리법도 다채롭다. 서로 다른 요리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하나같이 푸짐하다는 것. 노동자의 허기를 달래주던 메뉴인 만큼 큼직한 접시에 넉넉하게 내준다.

3만 보 이상 걸어서 더 이상은 힘들다고 느꼈건만,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산책 정도는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리옹을 가르는 굵은 물줄기 중 하나, 손강이 지척이다. 소화도 시킬 겸, 저녁 산책의 낭만도 느낄 겸 휴식은 잠시 뒤로 미룬다. 와인 향기와 함께 희망과 낭만도 노래했겠다, 아린 발바닥을 탁탁 털며 노을 속을 유영한다.

이 콘텐츠의 원문은 GOLD&WISE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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