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투자의 새로운 복병, 유가 불안 이슈 점검과 대응 전략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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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에 시추선이 떠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 수평선 너머로는 지고 있는 해가 붉은 노을을 형성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 강화로 중동의 원유 생산량이 추가로 감소하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9달러 이상 상승할 여지가 있다. 만약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직접 개입할 때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

(10월 16일 골드먼삭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언론 보도 종합)

최근 산유국 감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나타난 유가 불안으로 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초에 배럴당 74달러 수준이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월 중순에 70달러를 일시 하회했으나 7월 이후 급등세로 전환하며, 9월 후반에는 90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후 가격이 소폭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발발하면서 10월 19일 기준 89.4달러로 재차 상승하고 있다. 이런 유가 불안의 영향은 금융시장의 흐름에서도 나타나는데, 10월 19일 기준 코스피(KOSPI)는 6월 고점(2,650p 전후) 대비 10%가량 하락했으며, 미국의 S&P500이나 나스닥(NASDAQ)도 7월 고점 이후 7~10%의 가격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유가 불안의 원인은 무엇이며 향후 전망은 어떠할까? 그리고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최근 유가 불안의 배경과 진행 과정

연초 이후 2분기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및 수출 감축을 연말까지 연장함에 따라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사우디는 7월부터 100만 배럴/일의 감산을 단행 중이고, 러시아는 8월부터 연말까지 30~50만 배럴/일의 수출 감축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 내 월별 원유 재고는 최근 6년간의 평균 수준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유가 상승으로 미국 셰일 기업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란 또한 미국의 경제 제재 완화를 기대하며 원유 생산량을 늘렸다. 더불어 현재의 유가 상승으로 캐나다, 브라질 등 비중동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4분기 원유 공급 실제 부족량이 21만 배럴/일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미국 월별 원유 재고 추이

미국의 월별 원유 재고 추이를 다루고 있는 그래프. 10월 현재 원유 재고 추이는 6년 평균선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출처: 블룸버그, KB국민은행

OPEC 회원국 원유 생산량 추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우디를 제외한 OPEC의 원유 생산량 추이를 비교하는 선 그래프. 18년 1월부터 23년 7월 이후까지의 기간이 반영되어있다.

출처: 블룸버그, KB국민은행

수요 측면에서는 2024년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원유 실수요의 위축을 통한 가격 상승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수급 상황을 바탕으로 KB증권은 9월 22일 KB 코어뷰(KB Core View)에서 4분기 WTI 평균을 83달러, 상단과 하단을 각각 93달러와 75달러로 제시하며, 3분기와 같은 국제 유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런데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주요 지역에 로켓을 발사한 이후 군사적 충돌과 긴장이 극심해지면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재 양측의 사망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동 국가 사이에서 반미, 반이스라엘 감정이 격화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레바논, 이란 등 주변국이 이번 충돌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후 전개 방향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원유의 공급 불확실성을 자극하면서 국제 유가의 상승을 유발했다. 다만 1970년대 오일쇼크를 제외하면 이 지역의 분쟁은 대부분 원유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준 다음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화되었다. 이번 분쟁도 당사국이 비산유국이고, 사우디나 이란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한, 현시점에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레바논이나 이란이 전쟁에 개입해 확전 양상이 심화하거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이란도 하마스 배후설은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며, 주변 다른 중동 국가도 전쟁에 소극적인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분쟁의 여파가 사우디나 이란 등 중동 핵심 산유국의 원유 생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남아있고, 이 경우 국제 유가는 당초 예상보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배럴당 5~10달러 오르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차적으로 유가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을 가중시키고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높인다. 그뿐 아니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긴축 정책으로 연결되어 투자와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시장에도 기업 실적 위축,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 안전 자산 선호 심리 확대 등을 통해 주식·채권·부동산 등 대부분의 투자자산에 충격을 주게 된다.

아래 [무력 충돌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영향] 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현재의 국지전에서 마무리되느냐 아니면 주변국으로 확산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구분했다. 국지전은 단기적 시장 변동성 확대 후 안정화하는 흐름을 예상하는 반면, 확전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고 장기화할 수 있다. 국지전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되 확전에 대한 리스크를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

무력 충돌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영향

국지전과 확전 시의 원유, 환율, 채권, 주식에 어떤 영향이 발생할지 정리한 표.

출처: KB국민은행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금융시장 영향’ 참고

변동성 리스크 확대를 염두에 둔 자산 배분 재점검 필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향후 주가와 채권시장의 방향성은 유가 흐름의 변동성에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보이는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정세와 원유시장의 가격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 다만 정치·외교적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은 예측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매우 어려운 만큼 변동성 축소를 타깃으로 하는 자산 배분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운용 자금의 투자 가능 기간이 짧다면 보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채권은 추가 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잔존 만기를 당분간 짧게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통화는 위험회피 현상의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달러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주식은 유가 상승에 대한 악영향을 가급적 덜 받는 지역이나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다각화하는 식이다. 자산 배분 및 관리를 직접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핵심 자산은 가급적 펀드나 ETF 같은 간접투자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리스크를 분산하거나, 투자자문업자 또는 일임업자가 제공하는 금융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점검받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배럴통 세 통 중 한 통이 쓰러져서 원유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옆에는 멀쩡히 세워진 배럴통이 있다. 배럴통 옆에는 시추선 도형과 꺼져있는 계산기가 놓여있다.

KB 자산관리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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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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