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원유의 공급 불확실성을 자극하면서 국제 유가의 상승을 유발했다. 다만 1970년대 오일쇼크를 제외하면 이 지역의 분쟁은 대부분 원유시장에 단기적 충격을 준 다음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화되었다. 이번 분쟁도 당사국이 비산유국이고, 사우디나 이란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한, 현시점에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레바논이나 이란이 전쟁에 개입해 확전 양상이 심화하거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 이란도 하마스 배후설은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며, 주변 다른 중동 국가도 전쟁에 소극적인만큼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분쟁의 여파가 사우디나 이란 등 중동 핵심 산유국의 원유 생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남아있고, 이 경우 국제 유가는 당초 예상보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배럴당 5~10달러 오르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차적으로 유가 상승은 기업의 생산 비용을 가중시키고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높인다. 그뿐 아니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긴축 정책으로 연결되어 투자와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시장에도 기업 실적 위축,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 안전 자산 선호 심리 확대 등을 통해 주식·채권·부동산 등 대부분의 투자자산에 충격을 주게 된다.
아래 [무력 충돌 시나리오별 금융시장 영향] 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현재의 국지전에서 마무리되느냐 아니면 주변국으로 확산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구분했다. 국지전은 단기적 시장 변동성 확대 후 안정화하는 흐름을 예상하는 반면, 확전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고 장기화할 수 있다. 국지전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되 확전에 대한 리스크를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