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의 여유자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법정 퇴직 연령인 60세에 퇴직해서 월 300만원씩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3년도(약33개월) 지나지 않아 바닥이 난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62세였던 1970년대에는 노후에 1억원만 있어도 생활비 걱정은 없었다. 2023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이미 84세에 이른다. 약 50년만에 대한민국 전체 평균수명이 21년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 살아있을까? 은퇴설계를 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예상 수명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인간답게 생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금을 확보하는 일, 이것이 은퇴설계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따져봐야 하는 부분은 내가 언제까지 소득활동을 할 수 있는가이다.
우리나라의 정년은 만 60세이다. 반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평균 퇴직 연령은 만 49.3세라고 한다. 직장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50대 초·중반에 퇴직한다면 국민연금 수령(69년생 이후 출생, 65세)까지 대략 10년 이상의 소득공백기가 발생한다.
근속연수가 길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은 퇴직금이라도 지켰으니, 소득공백기에 잘 활용하면 된다. 그런데 퇴직금 규모가 적은 사람은 퇴직이라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가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 예상수령금액도 소득대체율이 40%밖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퇴직 이후 어떤 소득활동을 통해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보유한 자산의 구성을 들여다 보고, 은퇴 후 원활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2022년에 발표한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의하면 2021년말 기준 한국 가계자산의 구성은 비금융자산 64.4%, 금융자산 35.6%로 세계 주요국 대비 한국은 가계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이 낮은 편이다.
미국은 금융자산 비중이 71.5%에 달하며 일본은 63.0%, 영국은 53.8%로 둘 다 50%를 넘었다.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경우 현금흐름 창출이 퇴직연금 등 금융자산 대비 용이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연금과 같은 금융자산 비중을 상대적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