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회피된 배출(Avoided Emissions)의 등장 배경과 개념

시리즈 총 5화
20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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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기후변화의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 세계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
 

  •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 (2016년)에 합의

  • 각국 정부와 기업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GHG 프로토콜(Greenhouse Gas Protocol)’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원에 따라 스코프(scope) 1·2·3으로 나누어 산출

  •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난화가 심화됨에 따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은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에 도달할 전망¹

    - 2020년대 말까지 이행될 정책을 고려해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정한 결과, 추가적인 감축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2100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은 3.2℃에 이를 것으로 예상

¹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2023, "Sixth Assessment Report"

[표 1] 스코프 1~3 정의 및 세부 내용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원에 따라 '스코프'(scope) 1·2·3으로 나누어 산출되는 것을 정의하고 세부 내용을 정리한 표이다.

자료: GHG Protocol(2013), “Technical Guidance for Calculating scope 3 emissions(version 1.0)”

○ 지금까지 추진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주로 기업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데 한계를 노출
 

  • 기업의 활동이 직접적인 생산 과정뿐 아니라 복잡한 공급망과 가치사슬에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 주로 스코프 1과 2에 집중되고 스코프 3에 해당하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음

  • 산업 간에도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한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 다른 산업의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 기술의 도입 노력이 철강·시멘트 등 자원 집약적 산업의 생산 증가로 이어져 간접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기업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가치사슬 밖에서 발생하는 배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스코프 1~3을 넘어 배출량 측정 범위를 확대하기위한 시도로 ‘회피된 배출(Avoided Emissions)’이라는 개념이 등장
 

  • 글로벌 협약은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차원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어떻게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 기준을 요구하고 있음. 소비자도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 및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업에 더욱 투명하고 포괄적인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요구하고 있음

    - 이는 단순히 과거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혁신과 탈탄소화를 유도할 만한 인센티브가 생기지 않는다는 인식에 기반

  • 기업은 ESG 경영을 강조하며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경영 목표로 삼고, 단순히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뿐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가 고객과 사회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하는 정도를 측정하여 보고하고자 함

    -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² 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75%가 타사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돕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노력은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

² 기후변화가 기업에 기회와 위기로 작용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2000년 영국에서 비영리기구로 출범했으며, 전 세계 주요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목표 및 전략, 탄소 배출량 정보, 감축 노력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

○ ‘회피된 배출’은 제품의 수명주기 또는 가치사슬 외부에서 발생하지만 제품의 사용 결과로 나타난 탄소 배출량 감소로 정의되며, ‘스코프 4(Scope 4)’ 또는 ‘탄소 손자국(Carbon Handprint)’³으로 불리기도 함
 

  •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WRI)⁴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이를 도입함으로써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달, 전기차·에너지 효율·스마트 그리드 등의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환경적 이익을 측정하고 이를 수치화하여 보다 명확한 정부 정책 수립과 기업 투자 결정을 돕는 역할을 기대

  • 회피된 배출은 측정 대상·범위·방식 등에서 스코프 1~3과 차이가 있음

    - [측정 대상] 스코프 1~3은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회피된 배출은 사회 또는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함

    - [측정 범위] 스코프 1~3은 기업의 가치사슬 및 공급망 내부인 데 반해, 회피된 배출은 가치사슬 및 공급망 외부에서 발생한 배출량을 측정

    - [측정 방식] 스코프 1~3은 기업의 전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출한다면, 회피된 배출은 사회 전반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를 측정

  • 회피된 배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했다는 기업들의 주장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음

    - [예시①] 전기차를 판매하는 기업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감소한 배기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고 주장

    - [예시②] 에너지 효율 등급이 1등급인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가정에서 감소한 전력 소비량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고 주장

    - [예시③] 건물 에너지 사용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감소한 에너지 수요를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고 주장

    - [예시④] 많은 기업이 원격회의 서비스 이용으로 감소한 직원의 이동량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고 주장

[그림 1] 회피된 배출의 개념 그래프

'회피된 배출'의 개념을 설명하는 그래프이다.

자료: 세계지속가능발전위원회(WBCSD)

[표 2] 스코프 1~3과 회피된 배출의 차이

'스코프 1~3'과 '회피된 배출'의 차이점을 측정 대상, 측정 범위, 측정 방식으로 구분하여 비교하고 있다.

자료: 연구자 작성

³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료 채취부터 제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하는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

⁴ 환경, 에너지, 도시 개발 등의 영역에서 지구 환경 자원을 보호하면서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친환경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국제 기구

○ 회피된 배출은 소비자의 제품 및 서비스 사용이나 행동의 변화가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계산하며 구체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음 (그림 2 참조)

 

  • A사는 2023년 1대당 이산화탄소 10kg을 배출하는 에어컨을 4대를 판매하여 이산화탄소 총 40kg을 배출

  • B사는 2024년 1대당 이산화탄소 2kg을 배출하는 친환경 에어컨을 출시. A사의 일반 에어컨 3대를 B사의 친환경 에어컨으로 교체하여 2024년 발생한 사회 전체의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16kg임(A사 10kg, B사 6kg)

  • 2023년과 비교하여 2024년 사회 전체의 온실가스 회피된 배출량은 24kg으로, 이는 B사의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로 간주할 수 있음(2023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 40kg에서 2024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 16kg을 뺀 값)

  • B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3년 에어컨을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0에서 2024년 6kg으로 증가. 그러나 친환경 에어컨을 판매하여 사회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했으므로 회피된 배출량은 24kg임

  • A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3년 40kg에서 2024년 10kg으로 30kg 감소했으며 회피된 배출량은 없음

[그림 2] 회피된 배출의 이해

소비자의 제품 및 서비스 사용이나 행동의 변화가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A회사와 B회사의 '온실가스 배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계산하며 비교하고 있는 그림이다.

자료: 일본 경제산업성

○ 회피된 배출과 관련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및 탄소 회계에서 제품 및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보다 광범위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음⁵

 

  • 세계지속가능발전위원회(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 WBCSD)⁶ 는 2019년 회피된 배출량 산출에 필요한 평가 원칙을 제시

  • 넷제로이니셔티브(Net Zero Initiative, NZI)는 2020년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 스코프 1~3뿐만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의 회피된 배출까지 포함하기 위해 ‘넷제로 프레임워크 6’를 발표

  • 세계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2023년 넷제로이니셔티브와 함께 ‘회피된 배출 산정 지침(Guidance on Avoided Emissions)’을 제시해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통한 글로벌 탄소중립 기여도 산정 기준을 공식화

  • 2023년 4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는 ‘회피된 배출 산정 지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 G7 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회피된 배출을 인정하는데 가치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며 기업의 회피된 배출량 산출을 독려

  •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 기후 관련 공시(S2) 초안에 따르면 “기업의 기후 관련 전략에서 회피된 배출 접근법은 기업의 배출 인벤토리⁷  회계 및 배출 감축 전환 목표 와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명시⁸

[그림 3] 회피된 배출의 논의 과정

2002년부터 2023년까지 '회피된 배출'의 '논의 과정'을 정리한 그림이다.

자료: ERM 코리아

⁵ ERM 코리아, 2023, 《꼭 알아야 할 최신 ESG 키워드》

⁶ 지속가능성 및 탄소 배출 감축에 중점을 둔 200개 이상의 선도 기업들로 구성된 커뮤니티

⁷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얼마만큼 발생하고 있는지를 조사하여 배출원 목록별로 자료를 구축한 통계 시스템(서울시 홈페이지 참조; https://news.seoul.go.kr/env/climate-environment/climate-change-strategy/green-house-inventory)

⁸ “Avoided-emission approaches in an entity’s climate-related strategy are complementary to, but fundamentally different from, the entity’s emission-inventory accounting and emission-reduction transition targ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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